사흘째 밤 지샌 유가족들 잠 청하거나 멍하니 뉴스 보기도
(무안=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2024년 마지막날 저녁.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유가족들은 올해의 마지막날 저녁을 꼬박 한숨으로 보냈다.
31일 자정이 가까워졌지만 가족이 언제쯤 돌아올지 오매불망 기다리며 뜬 눈으로 이틀 밤을 지새운탓에 유족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대다수 유가족은 쉘터(임시 텐트)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가 하면 의자를 모아놓고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한 밥과 국을 옮기고 있었다.
무심한 표정으로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거나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기도 했다.
밤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들이 조문을 다녀가기도 했지만, 경황이 없는 가족들은 그저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쉘터 안에서는 가족들의 조용한 대화가 이어졌고 주변에서는 영문을 모르는 아이의 웃음, 자원봉사자들이 들고 다니는 쓰레기봉투 소리만이 침묵을 메웠다.
이날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공항청사 1층에서는 헌화를 마치고 나온 유가족들의 통곡 소리가 이따금 정적을 깼다.
1층 한구석에서 한 유가족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조용히 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2024년의 마지막 날이지만 새해 복을 기원하는 인사는 들리지 않았다.
자신을 전담 지원하는 공무원에게 자식의 사연을 풀어놓는 한 아버지, 가족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직원과 이야기하는 한 여성은 그렇게 올 한 해를 마무리했다.
지난 29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객실 승무원 각 2명 등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희생자 대다수가 연말을 맞이해 태국으로 여행을 간 가족 단위 탑승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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