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작년에 교체된 대형 참사 부른 '콘크리트 구조물'(종합)

연합뉴스 2025-01-01 00:00:23

국토부 "최초 설계때부터 둔덕 형태 콘크리트 지지대 들어가, 고정 위해서"

2020년 시설 개량 용역, 과업지시에 "부서지기 쉽게 설계" 명시

[모멘트] 참사현장 살펴보는 한미합동조사단

(무안=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하면서 충돌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은 공항 설계 때부터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무안국제공항 등에 따르면 공항 활주로 끝단에서 250m가량 떨어진 곳에 2m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흙더미에 덮여 있다.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지지하는 구조물로,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4m 높이에 달한다.

공항 측은 지난해 내구연한(15년)이 다 된 로컬라이저를 교체하면서 기초재를 보강했다.

구조물이 2m 높이에 달한 것은 활주로 끝단과 수평을 맞추기 위해 높인 것으로 보인다.

로컬라이저를 교체할 때 문제가 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언제 설치됐는지 관심이 쏠렸는데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초 설계 때도 둔덕 형태 콘크리트 지지대가 들어간 형태"라고 밝혔다.

콘크리트 재료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선 "방위각 시설 자체는 원래는 안테나로만 봐야 하고, 지지대는 전통적 의미에서 로컬라이저가 아니다"라며 "지지대를 설치할 때 비바람에 흔들리면 안 되니 고정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3월 무안공항 계기착륙시설 개량사업 실시설계 용역 과업지시서에는 '장비 안테나 및 철탑, 기초대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Frangibility'(부서지기 쉬움) 확보 방안을 검토할 것'을 명시하기도 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한 비행장 설계 메뉴에도 공항 활주로 인근에 설치된 구조물은 부서지기 쉽도록 설계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종단) 안전 구역 밖에 있으니 재료에 제한받지 않는다고 판단해 콘크리트 지지대를 받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제주항공 여객기는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가 있는 둔덕을 충돌한 뒤 폭발했다.

이에 따라 항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쉽게 부러지는 구조가 아니어서 피해가 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의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도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의, 아마도 전부가 생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안공항 관계자는 "지난해 로컬라이저가 내구연한이 돼 교체했다"며 "구조물이 언제 처음 설치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 전문가는 "로컬라이저는 고도의 차이가 없을 때 지표면 아래 고정 장치를 박고 설치하는데 무안공항은 활주로와 경사 차이가 있어 흙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대형 참사를 부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으로 추정되는 만큼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