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행위론' 내세워 체포영장 효력정지 시도…수사권 문제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이의진 황윤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해 윤 대통령 측이 영장전담 판사를 상대로 한 권한쟁의심판·가처분이라는 전례 없는 불복 방안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의 수사 변호인이자 탄핵심판 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영장 판사는 비상계엄에 대해 영장을 발부해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무 권한' 행사와 삼권분립에 따른 통치권자로서 '비상 긴급권' 행사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은 윤 대통령이 통치권자로서 행한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 즉 통치 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도 사법부가 사법적 심사의 결과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게 대통령 측 입장이다.
윤 대통령 측은 아울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권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공수처가 내란 혐의를 직접 수사할 수 없는데도 직권남용 혐의를 활용해 그 관련 범죄로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하는 것은 형사사법 체계를 우회하는 편법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권한쟁의심판과 함께 체포영장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낼 예정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과 국가기관이 권한의 유무와 범위에 관해 다툼이 있을 때 헌재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송 형태다.
최근에는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를 국회가 탄핵소추 의결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결정족수 문제를 들어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만약 이번 법원의 영장 발부 행위가 대통령의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으로 헌재가 인정한다면 영장 발부 행위를 무효로 돌릴 수 있고, 가처분을 받아들여 체포영장의 효력을 정지할 수도 있다.
법원의 재판과 관련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워낙 이례적이어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과거 조전혁 전 의원이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를 상대로 가처분 결정이 부당하다며 권한쟁의심판을 낸 적이 있는데, 2010년 헌재는 조 전 의원의 청구를 각하하면서도 법원의 결정에 관해 청구한 지점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최소한 윤 대통령의 청구 자체는 적법한 것으로 인정받을 여지는 있는 셈이다.
다만 대통령의 통치 행위이더라도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으면 사법적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헌재의 기존 입장, '헌법 수호 책무'를 대통령의 구체적인 권한으로 볼 것인지의 문제, 비상계엄 선포 행위 자체의 위헌·위법성 등은 향후 재판에서 다퉈질 지점으로 예상된다.
체포영장의 기한인 1월 6일이 지나면 권리 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청구가 각하될 가능성도 있는데, 헌재가 그때까지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윤 대통령 측 주장과 관련해 "(통치 행위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히 전제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 제도를 발전시켜 왔고, 헌재도 비상계엄 발동과 이후 벌어진 일련의 조치들에 대한 사법적 심사가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받아들여지기 힘든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 청구가 부적절하다고 볼 여지도 없지는 않다"며 "선례가 없는 문제여서 헌재가 수용할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wat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