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항, 정기편 노선 거의 없고 LCC 전세기 운영 많아
여행사 "운항 횟수는 항공사 재량…관여 못 해"
(서울.무안=연합뉴스) 장아름 차민지 기자 =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089590] 여객기 사고로 연말 여행 성수기를 맞아 항공사들이 무리하게 전세기를 띄운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날 사고가 난 여객기 승객은 대부분 한 중소 여행사가 중심이 돼 기획한 크리스마스 전세기 패키지(단체 여행) 상품 고객이었다. 전세기는 항공사와 여행사의 수요에 따라 특별히 편성된 항공편으로, 좌석을 여행사에서 모객한 승객들로만 채우는 것이 특징이다. 여행사들은 전세기 노선 운영은 항공사에 재량권이 있어 여행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30일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여객기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3박 5일 일정으로 태국 방콕을 다녀오는 광주 지역 여행 랜드사인 Y사의 전세기 단체여행 상품 귀국편이었다.
랜드사는 현지 투어를 직접 운영하거나 여행사를 대상으로 모객하는 회사를 말한다.
Y사는 무안 출발 2회와 방콕 출발 2회 등 주 4회 띄우는 항공기 좌석을 지역 여행사에 판매하거나 패키지 상품과 항공권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4회 중 2회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대형 여행사들이 함께 띄우고, 2회는 Y사가 중심이 돼 모객했다. 참사가 발생한 이번 상품은 후자였다.
지방 소재 공항들의 경우 제주항공 같은 저비용항공사(LCC)의 전세기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방 공항의 경우 정기편 노선이 거의 없어 전세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이라며 "지방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가 주로 LCC인 만큼 LCC 전세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에서 전세기를 띄우고 있는 항공사는 제주항공 외에도 외항사인 라오항공, 비엣젯 등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전세기가 연말 성수기 여행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무리하게 운항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은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2022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이 정착한 지난해에서야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여행업계 역시 코로나19로 장기간 실적이 부진했다. 올해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비상계엄 사태 여파 등으로 여행수요가 위축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틀 간 무안·제주·인천국제공항 등 국내 3개 공항과 중국 베이징,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등 5개국의 5개 공항을 오갔다.
제주항공의 월평균 가동시간 역시 국내 항공사 중 긴 편으로 파악됐다.
제주항공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보유 여객기 1대당 월평균 운송 시간은 418시간으로 국내 6개 항공사 가운데 가장 길었다.
다른 LCC인 진에어[272450]의 올해 3분기 월평균 운송 시간은 371시간이었고 티웨이항공[091810]의 월평균 운송 시간은 386시간이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003490]의 월평균 운송 시간은 355시간, 아시아나의 월평균 운송 시간은 335시간이었다.
다만 여행사들은 이번 전세기 모객이 무리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동남아 여행상품을 운영하는 한 여행사는 "항공사에서 수요가 있을 것 같으니 노선 운영을 하는 것이지, 지역 여행사가 요구한다고 (운항 횟수를) 늘려주지 않는다"며 "현지 공항 슬롯이 안 나와 못 하는 경우도 많아 전세기를 무리하게 편성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무안∼방콕은 원래 수요가 많은 노선으로 좌석 점유율이 높다"며 "이번 비행기가 유독 사람이 가득 차서 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는 좌석을 받아 판매하는 정도 외에 항공사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여행사가 원한다고 해서 과도하게 운행 횟수를 늘릴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제주항공은 이번 사고가 정비 소홀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무리한 운항이라고 얘기할 순 없다. 계획된 일정에 맞춰 항공기 정비를 제때제때 철저히 하고 있고 계획된 정비, 그리고 일상적으로 출발 전후에 이뤄지는 모든 정비 등 한치에 소홀함 없이 꼼꼼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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