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전함 유타호 통신병이었던 워런 업튼 씨…한국전쟁도 참전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 생존자 중 최고령이었던 미군 병사가 별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미 해군 전함 유타호의 통신병이었던 워런 업튼씨가 지난 25일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에서 향년 105세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의 진주만 생존자 후손 모임은 고인이 사망 전 폐렴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모임에 따르면 현재 진주만 공격 생존자의 수는 15명 정도로 추정된다. 가장 나이가 적은 생존자는 100세로 알려져 있다.
생존자 중 최고령이었던 업튼씨는 1941년 12월 7일 오전 8시 진주만에서 두 발의 어뢰를 맞고 전복한 유타호에서 복무했다.
당시 그는 유타호가 기울기 시작하자 다른 동료들과 배를 탈출해 인근 포드 섬까지 헤엄쳐갔다.
포드 섬에선 일본 전투기의 공격을 피해 도랑에 몸을 숨겼다.
당시 전복한 유타호 승무원 중 461명이 생존했지만, 58명은 사망했다. 업튼씨는 유타호의 마지막 생존자였다.
업튼씨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해군에서 모스 부호를 송수신하는 통신병 업무를 계속했다. 또한 해군 예비군으로서 한국전쟁 때도 복무했다.
전쟁 후 그는 캘리포니아주에 정착해 가정을 이뤘다.
은행원을 비롯해 유나이티드 항공과 제너럴 일렉트릭의 통신기술자로 근무한 그는 5명의 자녀와 5명의 손자·손녀, 2명의 증손자를 봤다.
미 해군은 유타호 생존자들이 사망할 경우 화장한 유골을 아직도 바다에 잠겨 있는 유타호 잔해에 안장하는 의식을 거행하지만, 업튼씨는 수년 전 이를 거부했다.
업튼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유타호에서 탈출해 포드 섬까지 헤엄쳐 갈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며 "절대 유타호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