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승격 지정 예고…적인선사 혜철 사리 안치한 불교 유산
도난 후 27년 만에 되찾은 '달성 유가사 괘불' 등 3건 보물 지정 예고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약 1천200년 전 통일신라 고승(高僧)의 흔적이 서려 있는 탑이 국보가 된다.
국가유산청은 전남 곡성 태안사에 있는 보물 '곡성 태안사 적인선사탑'을 국보로 승격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지 약 61년 만의 국보 승격이다.
적인선사탑은 동리산문(桐裏山門)을 세운 적인선사 혜철(785∼861)이 입적한 뒤, 그의 행적을 추앙하고 사리를 안치하고자 세운 석조물이다.
동리산문은 신라시대 선(禪)을 가르치는 종파인 구산선문 중 하나로 이름이 높다.
태안사 적인선사탑은 여러 개의 석재를 짜 맞추어 조립한 기단을 별도로 조성한 형태로, 각기 다른 형상의 사자상과 사천왕상 등이 조각돼 있다.
특히 목조건축의 지붕 형상을 본떠 만든 옥개석은 전통 한옥의 처마 곡선과 나무 부재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당대 최고의 석공이 시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탑 비문에는 적인선사가 입적한 861년에 건립됐다는 점이 명확히 기록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기단 주변에 남아 있는 4개의 주초석은 신라시대에 건립된 승탑 중 유일하게 예불 행위를 위한 탑전(塔殿) 시설을 갖추었던 흔적으로 추정돼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달성 유가사 영산회 괘불도'와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 '삼봉선생집 권' 등 3건의 문화유산은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달성 유가사 불화는 1993년 도난당했다가 2020년에 되찾은 유물이다.
조선 후기인 1784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신체 비례와 표현, 도상 배치 등을 볼 때 18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유성(有城) 화파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여겨진다.
족자 형태의 괘불도는 가로 281.3㎝, 세로 438.3㎝ 크기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괘불도의 높이가 10m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크기가 작은 편으로, 당시 사찰의 공간 배치를 고려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도난 과정에서 그림 일부가 잘려 나가고 색을 다시 칠하기도 했으나 유가사의 역사와 조선 후기 괘불도 및 도상을 연구할 때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은 당나라 승려 징관(738∼839)이 지은 '화엄경수소연의초'에 대해 송의 승려 정원(1011∼1088)이 해설을 단 '대방광불화엄경소' 중 하나다.
대방광불화엄경소는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이 고려로 귀국할 때 정원이 선물로 줬으며, 이를 새긴 경판 2천900여 장이 1087년 고려로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이 경판을 중심으로 책을 찍었으나, 일본이 여러 차례 경판을 요청하면서 1424년 다른 경판과 함께 하사했고 현재 남아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국가유산청은 "의천이 완성하고자 했던 대장경의 주석서 집성 과정과 경판의 후대 전래, 이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입 경판을 일본에 하사한 사실을 통해 한·중·일 삼국의 불교 교류 양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 말 조선 초기의 학자이자 문신 삼봉(三峰) 정도전(1342∼1398)의 글을 모은 삼봉선생집 일부도 사료적 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와 보물 지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