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안 토론회…정부 "획일적 종별 가산, 유형별 성과 보상으로 개편"
보상안에 재정 우려…"수가 인상 한 번으로 안 돼…장기적 재정 점검해야"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2차병원·의원급 구조전환을 통해 1∼3차 의료기관 간 협력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료개혁안 발표에 "자칫 또 다른 경쟁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보상 위주 방안에 향후 재정 조달이 가능할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지역병원 육성 및 1차의료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2차병원·의원급 구조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중증 중심으로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맞춰 의료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인 종합병원과 병원을 키우고, 의원급의 1차의료 역할을 강화해 현재 이들이 같은 환자군을 두고 벌이는 '무한 진료량 경쟁' 체제를 벗어나 협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차병원의 기능을 재정립하고 이에 따른 보상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가칭 '지역 포괄 2차병원 지원사업'을 통해 응급, 수술, 입원 등 해당 지역 내 대부분의 의료 수요에 포괄적으로 기본 대응할 거점 종합병원을 양성한다.
화상, 수지 접합, 분만 등 특정 필수 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병원에도 집중 투자한다.
전문병원의 지정·평가 기준을 개편해 2차병원이라도 전문 분야 평가가 우수하면 중증 진료는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수가를 더해 주고, 24시간 수술과 입원이 가능한 병원은 해당 질환의 응급센터 기능을 한다고 봐 응급 수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의원급 기관은 지역 환자 통합 관리를 담당하는 '기능적 1차의료기관'으로 육성한다.
고령화에 따라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지역사회 안에서 '주치의' 개념으로 환자를 지속해서 관리해줄 수 있는 의원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은 현재의 획일적 종별 가산제에서 세부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대폭 바뀐다.
현재는 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 10%, 병원 5% 등으로 종별 가산이 정해져 있다.
앞으로는 중증·2차 종합진료·특정과목 전문진료·1차의료 진료 등으로 기능별 성과 평가 제도가 도입된다. 각각의 역할과 유형에 맞는 성과를 달성하면 최고 등급의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과학적 원가 분석을 계속해 저평가받는 수술·처치의 보상을 정상화하고, 고평가된 검체 등의 보상은 조정하는 등 공정 보상 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구조전환의 큰 방향엔 대부분 동의했지만 보상체계 등의 세심한 설계 없이는 기관 간 또다른 역할 혼란과 경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명일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응급행위, 수술 가산 등 종합병원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의 의료행위와 중첩되는 경우가 생길 것인데 보상 수준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스러울 수 있다"며 "종합병원 보상을 잘 설계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경쟁 체제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관한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전문병원 육성안에 들어간 내용은 포괄 2차병원이 갖춰야 하는 것"이라며 "외상, 수지접합 등을 전문병원이 한다고 하면 포괄 병원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불명확한 구분을 지적했다.
재정 우려도 제기됐다.
서인석 로체스터병원장은 "저수가 퇴출 선언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재원이 상당히 들어갈 텐데 정권 교체 시 지원책이 공고히 갈 수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울산의대 교수도 "수가 인상은 한 번만 올려주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과거 수가인상 후 건보 재정 위기가 왔던 기억이 있어 장기적 재정 계획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정민 의료개혁추진단 의료체계혁신과장은 "공백이 생긴 필수의료를 충족하고 진료량 대신 환자 건강 개선에 초점을 맞추도록 투자하겠다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억제해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a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