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이젠 2026학년도 정원 논의 집중해야" 목소리…의정 대화 기로
전공의 등 복귀 위한 정부 카드 주목…내년 의대교육 논의 시급, 책임론도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오진송 기자 = 2025학년도 의대 수시모집에서 정시모집으로의 105명 이월로 정시 선발 인원 규모가 확정되면서 의정 갈등 현실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내년도 의대 모집 중지라는 의료계 요구가 실효성을 상실하면서 현실론에 토대한 의정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지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다.
일단 의료계에서는 2026년도 정원을 논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입시 진행 중에도 굽히지 않았던 내년도 의대 모집 중단 요구가 더는 의미가 없어졌다는 현실론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와 함께 당장 내년에 입학하는 '증원된' 의대에서의 의학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신속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데에도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39개 의대는 수시에서 3천118명, 정시에서 1천492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수시에서 채우지 못한 105명을 정시로 넘기면서 정시 선발 인원은 1천597명이 됐다.
의대 정시 이월 규모가 100명을 넘어선 것은 2021학년도 모집 이후 4년 만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증원된 2025년도 의대 정원을 줄이기 위해 수시 모집에서 미달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정시 모집을 눈앞에 두게 됐다. 오는 31일 정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사실상 증원된 의대 정원이 확정돼 더는 되돌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2025학년도가 아니라 2026학년도 정원에 대한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탄핵 정국으로 정치권이 혼란하고 정부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칫 현실성이 떨어지는 2025년도 정원에 매달리다가는 2026학년도에도 대규모 증원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변인은 "정시모집을 시작하면 2025년도 정원에 관해 얘기하긴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라며 "2025년도 정원만 가지고는 1라운드가 끝난 셈이고, 이제 2026년도 정원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냉정히 평가해야 하고, 내년 4월이 넘어가면 정원을 조정하지 못한 채 대규모 증원이 되지 않겠느냐"며 "의대생과 전공의가 수긍할 수 있는 수치가 마련돼야 하고, 결국 정치와 타협으로 풀어나가야 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의정 간 대화의 물꼬를 틀 계기를 어떻게 마련할지다.
내년도 의대 모집 중단이라는 의료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를 위해 '당근'을 제시할지 여부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당장 의료계에선 내년 초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보궐선거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집행부가 정부, 정치권과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집행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할 수 있는 수준의 2026학년도 정원 규모를 정부와 논의해 복귀 명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전공의와 의대생 이탈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의정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직 전공의는 "정부가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을만한 명분과 출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의료계의 어떤 요청도 들어주지 않는 모습을 보며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며 "복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증원에 대한 입장과 별개로 2025학년도 증원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하더라도 현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서울시내 한 의대 교수는 "지금은 정부의 결정권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아무런 대화 창구도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며 "지금은 어쩔 수 없지만 의료대란을 일으킨 당사자는 나중에라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규모 증원이 이뤄진 의대의 경우 당장 내년도에 의학교육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희경 서울대병원 교수는 "이미 상황은 벌어졌고 최선을 다해 교육하는 수밖에 없다"며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각 학교 총장과 의대 학장이 머리를 맞대 학생들을 잘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