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으로 인한 업계 재편에 영향 줄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홍규빈 기자 =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충격파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를 덮쳤다.
LCC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를 계기로 LCC가 탈바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 함께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LCC 업계 재편 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LCC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저가 항공사에 대한 신인도 하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긴 어둠을 뚫고 여행 수요를 회복한 시점에서 껴안은 악재이기도 하다.
부정적인 여론이 아직 예약 취소 등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진 않은 가운데 LCC들은 숨죽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LCC업계 한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타사이긴 하지만 다 같이 숙연한 분위기다. 여행 심리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관계자도 "우리 회사도 어제 바로 임원들이 모여 전사적인 논의를 했다"면서 "영업적인 부분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기종인 '보잉 737-800'(B737-800)은 국내 LCC 대부분이 운용 중인 기종이다.
제주항공(39개)에 이어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 순이다.
LCC 관계자는 "기종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LCC를 비롯해 기종에 대한 선입견이 겹칠까 봐 우려된다"고 전했다.
다만 이를 계기로 안전 강화 노력을 더욱 기울여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로선 사고 원인을 무리한 운행이나 정비 부족 등으로 연결 짓는 것은 섣부르지만, 그와 별개로 안전성을 제고하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기록을 보면 전날 사고가 난 제주항공 항공기의 경우 최근 1주일 동안 운항 횟수가 38회로 나타난다.
사고 전날 24시간 동안에는 '코타키나발루→무안'(비행시간 4시간 14분), '무안→나가사키'(57분), '나가사키→무안'(59분), '무안→타이베이'(2시간 11분), '타이베이→무안'(1시간 35분), '무안→방콕'(5시간 25분) 등 6회 운항하며 쉼 없이 날았다.
항공사들이 빡빡하게 운항 스케줄을 잡아 정비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쫓기듯 점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5∼10%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올해 회복됐는데, 이 과정에서 시스템 점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항공 수요가 일정했을 때와 안전성이 똑같을까 하는 우려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LCC의 경우에는 규모의 경제를 누리는 대형 항공사에 비해 (안전 설비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현시점에서 ) 이번 사고가 정비 등 문제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이번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을 계기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LCC 업계 재편 구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정부는 통합 항공사 출범이 국내 LCC 입지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국내 대표 LCC인 제주항공이 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대형 항공사(FSC)들이 주로 운항해 온 유럽·서남아 등 중·장거리 노선의 운수권을 추가 확보해 LCC를 중심으로 배분하며 취항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LCC 관계자는 "사고 이력이 있는 회사는 조사 결과에 따라 노선 배분, 슬롯 배정에 있어 감안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이번 사고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국토부도 고민하며 지켜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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