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추모 메모, 술잔도 놓여…감식 현장 지켜본 유가족 끝내 오열
(무안=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안타까운 죽음,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길 기도하겠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틀째인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밖 철조망 앞에는 추모 편지와 함께 국화가 놓였다.
바람은 이어지고, 철조망에 걸린 기내용 산소마스크는 덧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부서지고 일그러진 사고기 잔해를 눈앞에서 본 유가족과 추모객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를 이어가며 기도가 철조망 너머에 닿기를 바랐다.
한 추모객은 사고 현장 앞에 초코파이와 술잔을 놓고 숨진 승객들의 넋을 기렸다.
핏기 없는 얼굴로 감식 현장을 지켜보던 유가족 2명은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는 말을 힘겹게 이어가다 끝내 오열했다.
합동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친 지역 주민, 종교 단체 관계자들도 잇따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추모를 이어갔다.
무안 주민 이모(56) 씨는 사고 현장을 보고는 뜨거워진 눈 주위를 닦기 바빴다.
그는 "큰 비행기가 어떻게 저렇게 부서지느냐. 가슴이 철렁거린다"며 "유가족분들 마음이 어떨지, 억장이 얼마나 무너질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돌배기 딸과 현장을 찾은 캄보디아 출신 근로자 삼온(35) 씨는 "고향이 태국 국경 근처라 저 역시 무안에서 방콕행 비행기가 뜬다고 들었을 때 탑승을 염두에 뒀었다"며 "전남에서 도움 많이 받았다. 지역 주민들이 많다는 뉴스를 보고 더 슬펐다"고 밝혔다.
기독교와 불교 관계자들 역시 혼자서 또는 단체로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고 승객들을 위한 기도와 묵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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