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하반기 '엑소더스', 개인도 5조원대 순매도
코스닥 24% 폭락…IPO 시장도 제자리걸음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글로벌 주식 시장이 활황을 누린 2024년 코스피는 연간 10% 가까운 하락세로 한해를 마감했다.
상반기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3,0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하반기 부진 끝에 지난해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2,400선마저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한 끝에 700선을 밑돌았다.
연초만 해도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으나, 하반기 들어 반도체 업황 전망이 악화하고 트럼프 재집권과 비상계엄 사태 등 대내외 악재에 지수가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외국인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하다 하반기 매도세로 전환했고, 개인도 5조원이 넘는 순매도세를 기록하는 등 '셀코리아'가 두드러졌다.
불안한 장세에 거래가 대형주로 몰리면서 일평균 거래대금은 증가했음에도 거래량은 줄었고, 기업공개(IPO) 시장도 횡보세에 머물렀다.
◇ 코스피 9.6% 내린 2,399 마감…외국인 하반기 18주 연속 순매도
폐장일인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399.49로 거래를 마쳐 지난해 말(2,655.28)보다 255.79포인트(9.63%)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천963조원으로 작년 말(2천126조원)보다 163조원(7.7%) 감소했다.
2023년 반등했던 코스피는 한 해 만에 다시 반락해 지난해 상승폭(418.88포인트)의 절반 이상을 반납했다.
연간 코스피 종가(등락률)는 2020년 2,873(30.8%), 2021년 2,977(3.6%), 2022년 2,236(-24.9%), 2023년 2,655(18.73%)였다.
증시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초 금융과 자동차, 유틸리티 등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반도체 밸류체인도 지수 견인에 힘을 보탰다.
지난 7월 11일 코스피는 장중 2,896.43으로 연고점을 기록하며 2021년 이후 3년 만에 코스피 3,000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일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저리로 엔화를 빌려 고가치 자산에 투자) 청산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8월 5일 국내 증시는 미증유의 폭락을 겪었다.
코스피는 하루에만 234.64포인트(8.77%) 폭락하며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고,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시가총액 235조원이 증발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글로벌 무역분쟁 고조에 따른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수출 산업의 타격이 예고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말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코스피 등락률은 상반기 5.4%로 주요 21개국(G20 및 대만) 중 12위로 중간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14%를 기록하면서 전체 20위로 간신히 최하위를 면했다.
업종별로는 밸류업 모멘텀이 가세한 보험(25.24%), 운송장비/부품(20.15%), 금융(18.40%), 통신(14.87%), 증권(13.04%)을 비롯한 8개 업종이 상승했다.
반면 화학(-34.66%), 섬유/의류(-27.30%), 전기/전자(-22.76%), 의료/정밀기기(-20.27%), 금속(-18.83%) 등 13개 업종은 하락했다.
한해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천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2년 연속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다만, 상반기 역대 최대인 22조4천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에도 불구하고 8월 마지막 주 이후 역대 최장인 18주 연속 순매도 기록을 세우면서 연간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11조3천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외국인의 코스피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지난해 32.9%에서 32.4%로 낮아졌다.
기관도 올해 1조5천억원 순매수로 2년 연속 매수세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5조4천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해(13조8천억원)에 이어 2년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대형주 거래량이 증가한 결과 10조7천억원으로 지난해(9조6천억원)보다 1조1천억원(11.9%) 늘었다.
반면 소형주 거래량이 대폭 줄면서 일평균 거래량은 4억9천만주로 지난해(5억4천만주)보다 5천만주(-9.5%) 줄었다.
◇ 코스닥 23.5% 급락…기관 4조4천억원 순매도
성장주 위주인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보다 낙폭이 더욱 컸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678.19로 마감해 지난해 말(886.57)보다 208.38포인트(23.50%) 하락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340조원으로 지난해(432조원)보다 92조원(21.2%) 감소했다.
지난해 반등에 성공한 코스닥지수는 상반기에는 밸류업 모멘텀에서 소외된 채 횡보세에 그쳤고, 하반기에는 국내 증시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속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한 해 동안 1조5천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4조4천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6조4천억원 규모 순매수세로 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업종별로는 일반서비스(13.05%), 제약(11.68%) 등 2개 업종만 올랐을 뿐, 섬유/의류(-51.30%), 전기/전자(-49.31%), 금융(-43.62%), 기계/장비(-38.97%), 기타제조(-34.88%) 등 나머지 전체 업종이 내렸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4천억원으로, 지난해(10조원)보다 16.3% 줄고, 거래량도 9억7천만주로 지난해(11억2천만주)보다 13.5% 감소했다.
◇ IPO 시장 제자리 걸음…전체 공모액은 2천억원 증가
증시 부진과 함께 IPO 시장도 제한된 흐름을 보였다.
올해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 기업은 128개사로, 지난해(132개사)에 비해 소폭 줄었다.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은 2020년 103개사에 이어 2021년 115개사, 2022년 129개사, 지난해 132개사까지 3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올해 증시 위축과 함께 역성장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지난해(10개사)보다 1곳 많은 11개사가 올해 신규 상장했다.
양대 시장의 올해 총 공모 규모는 지난해(4조1천억원)보다 2천억원 증가한 4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은 지난해 1조3천억원에서 1조9천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코스닥시장은 2조8천억원에서 2조4천억원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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