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측 "최윤범 회장측 집중투표 청구 시점에 고려아연 정관은 집중투표 배제"
고려아연 "법적 문제 없어…MBK, 습관적 가처분으로 시장·주주 호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송은경 기자 = 영풍[000670]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을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 의안으로 상정해선 안 된다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습관적으로 가처분을 내며 시장과 주주를 호도하고 패소와 취소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풍·MBK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가족회사 유미개발의 집중투표 방식을 통한 이사 선임 청구는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임시주총을 소집하며 유미개발의 주주제안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1-1호 의안으로 상정했다.
또 이사 수를 19명으로 상한선을 두는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을 1-2호 의안으로 올렸다.
고려아연은 이들 2가지 안건의 가·부에 따라 2∼5호 의안을 정했다. 예컨대 1-1호 의안이 가결되면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하되, 1-2호 가결 여부에 따라 뽑는 이사 수를 결정하는 식이다.
이 중 영풍·MBK가 가처분을 건 의안은 1-1호 가결을 전제로 한 2호와 3호 의안이다.
상법 제382조의2 1항에 따르면 집중투표는 소수주주가 집중투표를 청구하는 '시점'에 이미 정관으로 허용돼 있어야 하는데, 최 회장 측(유미개발)은 정관 변경과 함께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했기 때문에 상법 문언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 영풍·MBK의 주장이다.
영풍·MBK는 "유미개발이 집중투표방식을 청구한 12월 10일에 고려아연 정관에는 집중투표제 도입이 가능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상법 위반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지난 10년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집중투표제에 관한 주주총회 공시 자료를 조사한 결과,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정관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주주총회에서 그 정관 변경을 전제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이 같은 방식으로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자신들의 임시주총 소집 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주주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영풍·MBK는 고려아연 이사회에 임시주총소집 청구 당시 단순투표 방식으로 신규 이사를 선임하자며 후보 14명을 추천했다.
영풍·MBK는 "단순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안건과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안건은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의 의의와 목적, 예상 결과에서 그 동일성이 인정될 수 없다"며 유미개발의 집중투표 청구와 고려아연의 이사 후보 추천·안건 상정은 자신들의 임시주총 소집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 측은 임시주총 주주제안 마감일에 임박해 기습적으로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변경의 건을 주주제안하고 집중투표 청구를 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정보를 일반 주주들에게 차단했다"면서 "국민연금이나 다른 소수주주들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면 낮은 지분율로 유효한 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었을 수도 있는 권리를 행사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주장에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영풍·MBK가 또다시 가처분을 남용하며 시장과 주주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앞서 여러 차례 설명했듯 집중투표제는 법률에 의거한 합법적이고 적법한 행위"라며 "법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장 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주가 회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하는 것은 상법상 적법한 행위이며 이는 다른 기업의 수많은 선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이는 대법원 판례로도 충분히 입증된 사항"이라며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영풍·MBK가 또 묻지마식 가처분에 나선 것은 이들의 조급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또 이날 영풍 석포제련소가 폐수 무단배출 및 무허가 배관 설치 적발로 58일간 조업 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시점과 비슷한 시간대에 가처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그 의도와 목적에도 의구심이 커진다"고 했다.
영풍·MBK 측의 고려아연을 상대로 한 가처분 신청 사건은 이번이 4번째다. 앞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매입과 자기주식 공매 개수를 금지해달라는 1·2차 가처분은 법원에서 기각됐고, 자사주 대여·양도를 금지해달라는 3차 가처분은 영풍·MBK가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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