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탄핵-사퇴-청문회 반복…재건 쉽진 않을 듯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2022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위원장 탄핵 추진과 사퇴, 청문회를 반복하며 식물 상태에 빠진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년에는 정상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방통위는 한상혁 전 위원장 재임 시인 2022년 9월부터 TV조선 의혹 관련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면서 상임위원 정원 5명 중 4명이 있었음에도 중요한 의결은 이뤄지지 못했다. 사실상 2년 3개월 전부터 비정상 상태였던 셈이다.
지난해 5월 한 전 위원장이 면직된 다음 날부터 김효재 전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갔고, 여야 2대 1 구도에서 공영방송 이사진 재편 작업이 시작됐다.
이때 이뤄진 남영진 전 KBS 이사장 해임 건의안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해임안 통과는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고, 법정 공방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1심 기준으로는 두 사람 모두 승소했고, 방통위는 이에 항소할 방침이다.
이후 잠시 이상인 전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를 거쳤다가 지난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8월 말부터는 이동관 전 위원장이 키를 잡았다.
장악력 센 이 전 위원장이 공영방송 재편과 가짜뉴스 근절 등에 힘을 쏟으며 오랜만에 조직이 바쁘게 굴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YTN 최대 주주 변경 등을 둘러싸고 야권 비판이 거세지면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추진되자 이 전 위원장이 12월 초 자진 사퇴, 방통위는 다시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다시 이상인 전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 인사청문회 모드에 들어간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29일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있던 김홍일 전 위원장을 수장으로 맞았다.
김홍일-이상인 2인 체제에서는 YTN 최대 주주 변경 의결과 지상파 재허가 등이 이뤄졌으나 그 외 정무적 안건 처리는 최대한 지연됐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에 대한 탄핵도 추진됐고, 올해 7월 모두 사퇴하면서 7월 26일부터 31일까지는 초유의 0인 체제가 되기도 했다.
전례 없던 사흘간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후임으로 임명된 이진숙 위원장은 김태규 부위원장과 함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추천)안을 통과시킨 뒤 임기 사흘 만에 탄핵 소추됐다.
이 위원장은 전임들과 달리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아보기로 하면서 현재 방통위는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아무것도 의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등 야당과의 갈등은 날로 심화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내년 예산마저 대폭 삭감돼 조직 동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와야 그나마 밀린 안건들을 의결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위원장에 대한 결론이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르면 180일 기한을 채우는 1월 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대통령 탄핵 심판과 맞물려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 위원장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2인 체제 의결에 대한 법적 시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결국 완전한 정상화는 나머지 3인 위원이 임명돼야 가능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말에도 MBC 등 지상파 재허가 안건들이 있으나 지난해처럼 기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통합미디어법 제정 및 글로벌 빅테크 과징금 부과 등 현안들도 제대로 처리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29일 "탄핵 정국 속 향후 정부 조직 개편 논의로 흐를 경우 6기 방통위는 기수별로 내놓던 비전 제시는 물론 5인 정원을 한 번도 채우지 못하는 초유의 기수로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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