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철 등 젊은 예술가 활약 기대…'위대한 개츠비' 웨스트엔드서 공연
3대 오케스트라 내한·뮤지컬 '라이프 오브 파이' 초연…"국내 경기 불안 요소"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올 한해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K-공연'의 기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음악가 반열에 올라선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조성진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공연을 이어가며 관객과 만난다.
'위대한 개츠비' 등 한국 창작 뮤지컬도 본고장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를 비롯해 해외 진출을 꾀한다.
◇ 임윤찬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조성진 '라벨 피아노'…젊은 예술가 활약
임윤찬은 올해 클래식계에서 누구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쇼팽: 에튀드' 앨범으로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초로 '클래식계 오스카상'으로 꼽히는 영국 그라모폰을 수상하고 뉴욕 카네기홀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여는 등 숱한 화제를 뿌렸다.
그는 내년 4월에도 카네기홀 무대에 올라 리사이틀을 연다. 연주곡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이는 그가 2022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직후 향후 도전하겠다고 밝힌 곡이다.
루체른 심포니,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 베를린방송교향악단 등과의 협연을 통해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등을 들려준다.
국내에서는 내년 3월 통영국제음악제에 상주 음악가로 참여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등을 선보인다. 클라우스 메켈레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예정돼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라벨의 음악을 들고 국내외 팬을 찾는다.
내년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라벨의 피아노 독주를 전곡 연주한 앨범을 발매한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한 앨범도 내년 2월 내놓는다.
카네기홀을 비롯해 미국 워싱턴, 오스트리아 빈, 리히텐슈타인 등 해외 각지에서도 라벨의 피아노 독주곡을 연주한다.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과의 협연을 통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도 들려준다.
국내에서는 내년 6월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열어 라벨과 베토벤 음악을 연주할 예정이다.
내년 2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할 발레리노 전민철,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도 활약을 주목할 젊은 예술가들로 꼽힌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조성진과 임윤찬이라는 '쌍끌이'의 자기력(磁氣力)이 계속 유지될 것 같다"며 "영재들이 즐비해 어떤 스타가 탄생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라고 말했다.
◇ '위대한 개츠비', 웨스트엔드서 공연…해외로 나가는 창작뮤지컬
한국산 창작 뮤지컬도 활발한 해외 활동을 이어간다.
국내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위대한 개츠비'는 내년 4월 런던 콜리세움 극장에서 프리뷰(사전 관람)를 시작으로 개막한다. 올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데 이어 영국 웨스트엔드까지 뮤지컬 본고장에서 동시 상연하게 된다.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 4월부터 미국에서 오픈런(open run·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상연) 형태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를 진두지휘한 신춘수 리드 프로듀서가 뉴욕 공연에 이어 영국 공연도 직접 제작에 나선다. 양국에서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건 아시아 최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도 내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의기투합한 이 작품은 지난 10월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창작 뮤지컬을 해외에서 소개하는 기회도 꾸준히 마련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K-뮤지컬로드쇼'가 올해 영국에 이어 내년 가을께 미국에서 열린다. 'K-뮤지컬로드쇼'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쇼케이스 공연을 여는 행사다.
국내외 뮤지컬 전문가와 투자자에게 한국 뮤지컬을 알리는 'K-뮤지컬국제마켓', 올해 일본에서 열렸던 '송라이터 쇼케이스' 등도 내년에 예정돼 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최근 한국뮤지컬어워즈 간담회에서 "아시아 시장의 많은 관계자가 한국에서 창작 초연을 하면 주의 깊게 보고 몇몇 작품들은 수입을 협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뮤지컬이 향후 K-컬처의 주력군으로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 국내 공연도 풍성…"내년 경기 상황, 공연 시장 불안 요소"
국내에서도 풍성한 공연이 예고돼 있다.
임윤찬과 조성진에 더해 내년 11월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줄줄이 내한한다.
뮤지컬의 경우 영화로 잘 알려진 '라이프 오브 파이'가 국내 최초로 공연한다. 영화로도 개봉한 '위키드'의 내한 공연, 미국 무대에 올랐던 '위대한 개츠비'의 국내 공연도 예정돼 있다.
다만 내년 국내 경기 상황이 공연 시장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전망대로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하락하고 내수가 침체에 빠진다면, 가장 먼저 '공연 소비'를 줄일 것이라는 점에서다.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경제가 좋지 않으면 제일 먼저 타격받는 게 문화 산업"이라며 "경기가 안 좋다는 뉴스가 계속되고 있고 사람들이 점점 소비를 안 하는 추세인 것 같아서 (내년 전망이) 아주 밝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이나 대작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공연계 관계자는 "제작사들이 검증된 작품 위주로 재연하거나 잘 될 작품 위주로 공연할 수 있다"며 "시장이 잘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활황일지는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