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인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한 경기. 승리해야 한다는 간절함에 엄숙함까지 더한 남자배구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팀 순위 2위를 지킨 채 올스타 브레이크로 향하며 후반기 반등을 다짐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대한항공은 29일 오후 2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KB손해보험과 홈경기서 세트스코어 2-3(25-15, 25-17, 17-25, 19-25, 12-15) 으로 패했다.
대한항공은 이 패배로 11승7패(승점 36)에 머물렀지만, 전반기를 단독 2위로 마쳤다. 반면 4연승을 달린 KB손해보험은 9승9패(승점 26)의 3위로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하게 됐다.
두 팀에게 있어 이날 경기는 V리그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열리는 남자부 전반기 마지막 경기이자 올해 마지막 경기였다.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최초로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룬 대한항공은 올 시즌 ‘통합 5연패’를 정조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5일 현대캐피탈 원정에서 시즌 첫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선두와의 대결에서 완패를 당했기에 더욱 뼈아팠다. 심지어 곧바로 ‘3연승’중인 3위 KB손해보험을 만나기에 부담스러운 일정.
이날 경기 전 만난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직전 경기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가장 약했던 경기였다. 그날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다음날이 됐을 때는 더 잘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지만 선수들의 기량 저하 때문은 아니다. 마음의 채비를 단단히 하고 이날 경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KOVO한편 이날 소방청 등에 따르면 오전 9시7분께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해 활주로 외벽과 충돌했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해당 여객기 탑승자는 승무원 6명과 한국인 승객 173명, 태국인 승객 2명 등 총 181명이 탄 것으로 확인됐다. 기체 후미부터 수색을 시작한 결과 현재까지 승무원 2명이 구조됐으며, 나머지 179명은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를 앞둔 두 팀 역시 해당 참사를 모를 리 없었기에 경기 전에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진행했다. 대한항공 구단 관계자는 "경기 중 응원전 역시 평소보다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연한 마음으로 1세트에 나선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막심, 이준, 김민재의 고른 득점으로 KB손해보험을 압도해나갔다. 특히 16-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이준의 퀵오픈 득점을 시작으로 김민재의 연속 블로킹 득점, 막심의 스파이크 서브 득점까지 연달아 터져 무려 20-10의 10점 차로 달아난 것이 압권이었다. 대한항공은 이 리드를 지켜 25-15의 큰 격차로 1세트를 따냈다. 막심 7점-김민재 5점-이준 5점으로 공격 삼각편대가 고르게 터졌다.
대한항공은 2세트 역시 25-17로 여유롭게 가져왔다. 하지만 이후 3,4,5세트를 내리 내주며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이겨야 한다는 간절함과 추모의 마음으로 뭉친 대한항공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 결과는 아쉬웠지만 현 상황을 대하는 마음만은 진국이었던 대한항공의 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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