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인천공항서 '레디코리아' 훈련…착륙과정 활주로 이탈해 버스충돌 화재 가정
훈련 땐 1시간 만에 화재진압·인명구조 완료…이번엔 대형 참사 못 피해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정부가 불과 6개월여 전 무안 제주항공 참사와 유사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범정부 합동훈련까지 대대적으로 실시했으나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많은 인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를 막진 못했다.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와 국토교통부, 인천시,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21개 정부 기관 등은 지난 6월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레디 코리아 훈련'을 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기후위기와 도시 인프라 노후화 등 잠재된 위험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형·복합재난에 대비해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훈련이다.
당시 훈련은 여객기 착륙 사고에 따른 대형 화재를 가정해 이뤄졌다.
훈련에서는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승객 180명을 태우고 출발한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급변풍(Wind Shear)에 휩싸였고, 활주로를 이탈한 기체가 지상 승객용 버스와 충돌해 불이 나는 재난 상황이 부여됐다.
여객기 착륙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불이 나며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참사와 유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행안부는 당시 훈련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훈련은 기후변화에 따른 난기류 발생 증가 등 항공기 사고 위험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범정부가 총력 대응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체계를 실제로 점검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훈련이 시작되자 인천공항 관제탑은 핫라인을 통해 소방과 공항 의료센터 등 관계기관에 상황을 전파했고, 기관 간 상황판단회의가 개최됐다.
소방당국은 선착대를 출동시켜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구급활동에 돌입했다.
이어 국토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행안부는 대규모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범정부 총력 체제로 전환했다.
훈련 매뉴얼에 따라 각 기관이 신속히 대응에 나서며 사고 1시간여만에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가 완료됐다.
하지만 이날 여객기 사고는 훈련과 다른 최악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소방당국은 첫 119 신고를 접수한 지 43분 만에 불길을 잡았으나 전체 탑승객 181명 중 2명만이 구조됐을 뿐 미처 탈출하지 못한 탑승객 대부분은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오후 2시 47분 기준 사망자수는 122명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생존자 수색과 함께 시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