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파병이 전황 바꿨나…"우크라, 몇 달 내 쿠르스크 내줄 듯"

연합뉴스 2024-12-29 11:00:14

美당국자 "러시아 대규모 반격시 북한 8천명 추가파병 가능성"

우크라 애써 수세 부인…'총알받이' 북한군 역할이 중대변수될 수도

쿠르스크 지역에 방치된 러시아 군 탱크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북한군이 투입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급격하게 불리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현재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점령지역의 절반을 상실했고, 몇 달 내에 나머지 영토도 잃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내달부터 쿠르스크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고, 우크라이나가 내년 봄까지 퇴각하지 않는다면 포위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기습적으로 점령한 쿠르스크는 향후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서도 유리한 카드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역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5만 명 이상의 병력을 이 지역에 배치하는 등 필사적인 탈환 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병력 1만1천 명도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됐다.

한국과 미국 당국은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지난주에만 1천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을 기준으로 북한군이 3천명 이상 사상했다고 집계했다.

쿠르스크에 배치돼 드론에 맞서 싸우는 북한군 병사들

러시아의 탈환 작전이 시작되면서 러시아군과 북한군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군에서도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의 피로가 누적되고, 사기가 저하되면서 쿠르스크 점령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쿠르스크 사수라는 도박을 할 경우 나머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면적의 1.5 배가 넘는 984㎢인 쿠르스크를 사수하고, 우크라이나 내부로 진격한 러시아군을 내쫓는 2개의 전쟁을 벌이기에는 우크라이나의 병력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간부는 AP통신에 "문자 그대로 벌집을 건드린 것"이라며 "또 다른 분쟁지역을 만들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자국군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평가를 공식적으로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참모부는 AP통신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우크라이나 전투부대들이 러시아 인력과 군사장비에 매일 손상을 가하고 있다며 작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모부는 "상황 인식과 작전 정보에 따라 임무가 수행되는 지역의 작전 상황을 고려해 병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의 진군을 늦췄고 북한군은 전투 경험이 없고 평지에 대규모로 이동하는 까닭에 드론(무인기)과 포격으로 쉽게 공격하고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군의 기본적 설명이다.

북한군의 추가 파병은 우크라이나군의 수세가 관측되는 현상황에서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미국 당국자는 러시아가 대규모 반격을 개시한다면 북한이 내년 봄까지 추가로 8천 명의 병력을 파병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북한의 추가 파병 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낮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군이 없을 경우 러시아는 하루에 평균 1천200명 정도의 병력을 전선에 보충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분석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추가로 병력 동원을 하지 않는다면 1천200명의 병력 보충은 조만간 불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예비군 동원 등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하는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 자국 통치에 변수가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전을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며 이를 따르지 않는 국민을 처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병을 '총알받이'로 앞세워 진격하는 쿠르스크 탈환전에서 자국민 아닌 북한군이 더 파병될 가능성은 푸틴 대통령에게 믿을 구석일 셈이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