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간결하고 '핵무력' 언급도 없어…트럼프 대북 메시지 기다리는 듯
대남 메시지 전무…전원회의 일찍 종료돼 김정은 별도 신년사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오수진 기자 = 북한이 내년도 대내외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미 강경대응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예년에 비해 절제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달 출범하는 미 트럼프 2기 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도 일단은 '로키'(low-key·절제된 방식)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23∼27일 진행된 이번 전원회의 결과를 29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보도했는데, 대외정책과 관련한 내용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은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이며 미일한동맹이 침략적인 핵군사블럭으로 팽창되고 대한민국이 미국의 철저한 반공전초기지로 전락된 현실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명백히 제시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론에서 "전망적인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하여 강력히 실시해나갈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이 천명됐다"는게 거의 전부다. 핵무력과 관련한 내용도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강대강, 정면 승부의 대미대적 투쟁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 하겠다"며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거칠고 길게 쏟아낸 것에 비해선 간략하다.
이는 북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아직 보도하지 않는 등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먼저 확인한 뒤 어떻게 반응할지 정하겠다는 의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 기조가 확실치 않아 전원회의에서 계획이 나올 필요가 없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사가 나온 이후인 차기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에 대한) 초기 입장이 나올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전원회의에 대남메시지가 아예 사라진 것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남한에 대해 "미국의 철저한 반공 전초기지"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는 따로 없었다.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그가 천명한 적대적 남북 두 국가론과 관련한 추가 지시도 나오지 않았다.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과 불안정한 남한의 탄핵 정국 속에서 굳이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대남 정책을 언급하면 대남 비판 메시지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두 국가론이 북한 내부에서 공감대가 쉽게 확산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전원회의를 종료해 김정은 위원장이 따로 신년사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2019년 이후 연말에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회의를 열어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 정책 방향을 내놓고 있다.
통상 회의 첫날부터 보도가 이어지고 마지막 날 회의에서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결론이 신년사 성격으로 12월31일이나 1월 1일에 보도됐다. 그러나 올해는 닷새간의 회의 전체를 요약해 마지막 날 한꺼번에 보도됐다.
ki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