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시 달리는 서울시의회 민생실천버스…'을' 위한 위대한 여정

데일리한국 2024-12-29 09:00:00
봉양순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장. 사진=서울시의회 제공 봉양순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장. 사진=서울시의회 제공

[데일리한국 윤정희 기자] 우리사회의 약자, '을(乙)'을 위해 달리는 서울시의회 '민생실천버스'가 본격 운행에 나섰다. 이 버스의 운전사는 '봉다방'의 주인 봉양순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장이다. 

제11대 의회 전반기 환경수자원위원장을 맡아 서울시민을 위해 환경과 수자원 보호에 앞장서온 봉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3)이 후반기 민생실천위원장으로 또다시 중책을 맡은 것이다.

'봉다방'은 봉 위원장 의회연구실의 애칭이다. 어릴적 ‘사람사는 집’에는 ‘사람이 많이 드나들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놨기 때문에 생긴듯 하다.

2013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민생실천위원회)가 만들어지자 2018년 10월 서울시의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내 특별위원회로 '민생실천위원회'가 처음 출범했다. 지난 2022년 제11대 의회 전반기 2년간 잠시 시동이 꺼졌지만, 후반기 원내지도부가 부활을 전격 선언하면서 '민생실천버스'의 엔진에 다시 불이 붙었다. 

민생실천버스에는 봉 위원장을 비롯해 한신 부위원장, 김경·박수빈·왕정순·이민옥·이병도·최재란 의원 등 8명이 민생위원으로 동행하고 있다.

봉 위원장이 선택한 첫 민생현장은 세탁소, 소상공인들의 삶의 현장이었다. 세탁소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시설 확충이 구체적인 실천 과제이다.

"옷을 맡기거나 찾으러 세탁소에 방문할 때 특유의 석유 냄새를 맡은 기억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그 석유 냄새가 바로 배출된 휘발성유기화합물입니다."

VOCs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이자 대기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세탁업 종사자들은 하루 종일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탁소를 찾는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민생실천버스가 세탁소로 달려간 이유는 소상공인과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 VOCs 저감시설인 ‘친환경세탁기’와 ‘회수건조기’ 설치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최근 환경부와 서울시에서는 VOCs 저감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예산확보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불공정과 불평등에 맞서, ‘을’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존중과 상생에 기초하는 공정하고 차별없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민생실천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봉 위원장은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회를 "을지로위원회의 연장선상에서 서울시의원들이 직접 민생현장을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는 실천조직"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11월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점검 토론회’로 첫 활동을 시작한 이래. 고시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주거빈곤가구를 점검하고 공무직 처우개선을 위한 활동 등을 전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무직 채용 및 복무 등에 관한 조례', '안전취약계층 주거환경 및 안전관리 지원에 관한 조례', '아동 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 등과 같은 실질적인 정책성과도 만들어냈다. 아동 주거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 확보도 큰 성과였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는 큰 타격을 입은 주요 재래시장을 방문해 소상공인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각종 위험에 노출된 채 대면업무를 수행하는 필수노동자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필수노동자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공동주택 종사 노동자의 인권 보호와 처우 개선을 위한 '공동주택 노동자 인권 보호에 관한 조례'의 제정 역시 민생실천위원회의 성과다.

봉 위원장은 지난 전반기 2년간 민생실천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한 것에 대해 누구보다 아쉬워한 인물이다. 첫 정치 입문이 2013년 우원식 초대 을지로위원장의 지역 사무국장직을 수행하면서였기 때문이다.

“운좋게도 처음부터 정치를 잘 배운거 같습니다. 약자인 ‘을’에게 관심을 갖고, 그 마음을 읽어 사회에서 약자를 줄여나가는 것이 바로 정치인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대학을 다녔지만, 부친의 뜻에 따라 서울로 옮겨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첫 직장으로 선택했다. 노원구에 터를 잡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렸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중랑천 보호 등 시민환경운동단체에서 활약을 펼쳤다. 이후 우원식 현 국회의장과의 인연으로 민주당 ‘노원을’ 사무국장으로 일했으며, 6·7대 노원구의원에 연속 당선돼 풀뿌리 민주주의 정치를 근본부터 경험했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문구를 좋아하는 봉 위원장은 4년째 주말마다 지붕없는 '길거리 현장민원실'을 지키고 있다. 도시를 꽁꽁 얼리는 강추위와 한여름 불볕더위에도 쉬지않고 달려온 에너지를, 이웃에 대한 ‘관심’이라고 겸손히 의미를 낮췄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한 '갑을' 관계를 해소하고, 차별이 아닌 다름으로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민생실천위원회의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제11대 후반기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 봉양순 위원장이 지난 8월 출정식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윤정희 기자 제11대 후반기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 봉양순 위원장이 지난 8월 출정식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윤정희 기자

민생실천위원회는 중앙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책의제를 공유하고, 각 지역구 의원들과 소통해서 민생 현안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특히 특수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권리증진, 주거빈곤문제 해결, 위기가정 지원, 지역경제 살리기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그리고 여성·청년·아동과 같은 사회적약자 지원은 민생실천위원회의 지속적인 과제이다.

이 때문에 두번째 민생실천버스의 목적지를 카센터 소상공인과 소규모 봉제패션업체 종사자들의 노동 현장으로 계획하고 위원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삶 속에서 불평등과 치열하게 싸우겠습니다. 우리 곁의 ‘을’과 함께 걷는 다정한 친구가 되겠습니다.“

봉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먹고사는 것조차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 이웃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겠다는 서릿발 같은 책임감이 솟아났다는 것.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8층 815호. '봉다방'을 방문하는 이들은 항상 따뜻한 녹차를 대접받을 수 있기에 이렇게 부른다. 아니다, 지방정치 권력의 근원인 시민을 향해 항상 열려있는, ‘잘 배운’ 정치인의 공간을 시민들이 이렇게 부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시민이, '을'이, 필요해 부르시는 곳에 가장 먼저 닿을 수 있도록 꼼꼼하고 세심하게 살피고, 과감하게 정책을 만들어내는 민생실천위원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