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정호승·김애란 등 신간…찬쉐·무라카미 하루키 책도
"한국 문학 번역 문의 2배 이상 증가"…전문가들 "독서율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2025년에는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첫 소설을 발표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황석영, 정호승, 조경란, 김애란 등 여러 소설가와 시인의 신작들이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폴 오스터, 찬쉐,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유명 외국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도 출간된다.
올해 세계 문학계에서 한층 위상을 높인 한국 문학이 세계인의 마음과 연결되는 성과를 낼지도 주목된다.
◇ 한강 '겨울' 3부작 마지막 작품 새해 선보일 가능성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날인 이달 1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국 언론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차기작 두 편의 집필 계획을 밝혔다. 그중 한 편인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이르면 내년 출간된다.
당초 한강은 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을 받은 '작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써서 3부작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집필 과정에서 방향이 달라져 별도의 장편인 '작별하지 않는다'로 출간했다.
한강은 3부작 마지막 작품을 다시 써서 올해 겨울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노벨상 수상으로 인해 계획보다 다소 늦어졌다고 한다.
한강의 작품들은 노벨상 수상 이후 연일 베스트셀러 순위를 독식하다시피 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 만큼 신작도 기대를 모은다.
'겨울 3부작'의 출판사 창비는 "노벨상 수상 후 첫 출간작으로 한강 문학의 현재와 새로운 지향점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황석영·정호승·조경란·김애란…신작 줄줄이 출간
한국 문단의 거목인 황석영의 신작 장편소설도 새해 출간된다. 황석영이 장편을 펴내는 것은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던 '철도원 삼대'를 펴낸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두꺼운 팬층이 있는 작가 조경란은 아홉 번째 소설집을 펴낸다.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일러두기', 김승옥문학상 수상작인 '그들'을 비롯해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수록할 예정이다.
정이현과 김애란도 소설집을 출간한다. 정이현은 '상냥한 폭력의 시대' 이후 9년 만에, 김애란은 '바깥은 여름'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인 만큼 중단편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희소식이다.
정호승 시인의 시집도 내년 하반기에 출간 예정이며, 올해 5월 별세한 신경림 시인의 유고 시집도 상반기 출판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장르문학도 독자를 만날 예정이다. 구병모는 사이코메트리가 등장하는 미스터리 로맨스 장편소설 출간을 앞뒀고, 전민희의 판타지 소설 '룬의 아이들' 3부 '블러디드' 8권도 출간된다.
한국이 정치적·사회적으로 격변기를 겪고 있는 만큼 문학 작품이 현실을 어떻게 반영할지도 관심거리다. 참여문학을 선호하는 독자층이 두터운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정치적 사태를 다룬 작품도 조만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해외 작품도 풍성…폴 오스터, 찬쉐, 무라카미 하루키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도 내년에 번역 출간된다.
올해 4월 별세한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가 지난해 마지막으로 펴낸 장편소설 '바움 가트너'가 출간될 예정이다. 미국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폴 오스터는 장편 '빵 굽는 타자기'와 연작 '뉴욕 3부작' 등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중국의 프란츠 카프카'로 불리며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히는 중국 소설가 찬쉐의 중편소설 '노쇠한 뜬구름'도 출간이 예정돼 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에 관한 에세이 '데이비드 스턴 마틴의 멋진 세계'도 출간된다. 데이비드 스턴 마틴이 디자인한 재즈 음반 재킷 180여장이 하루키의 글과 함께 실린 에세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키메라의 시대'도 출간된다.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조합해 전혀 새로운 생명체가 태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 새해 한국 문학 위상은…"독서율 높여야 " 목소리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 작가들의 3년 연속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2022∼2024) 등 근래 급격히 위상이 높아진 한국 문학이 새해에는 어떤 성취를 이룰지도 주목된다.
노벨상 이후 해외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작품이 번역돼 소개되고 더 많은 평가와 관심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국내 문학작품 번역 문의가 2배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벌써 수상을 기대하게 하는 소식도 들려온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의 고정욱 작가는 아동문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스웨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의 내년 후보로 선정됐으며 수상자는 4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한국 문학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번역 지원 확대와 함께 국내 독서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체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성인 중 책을 단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종합독서율)은 43%에 그쳤다. 종합독서율은 거의 매년 낮아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월간 '현대시' 12월호에서 정명교 문학평론가와 시인인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 의의와 한국 문학의 과제를 논하는 대담을 통해 낮은 독서율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 평론가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독서량이 제일 적은 나라"라며 "독자가 어느 정도 성장해 있어야 문학이 발전할 수 있는데, 우리는 작가들한테는 지원하면서 독자들을 키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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