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방송계] "형만 한 아우 꿈꾼다" 인기 드라마·예능 속편 속속

연합뉴스 2024-12-29 09:00:14

'오징어 게임' 속편 실패 징크스 깰까…'흑백요리사'·'대탈출' 후속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주인공 성기훈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오명언 기자 =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옛 속담은 오늘날 방송계에서도 통한다.

큰 성공을 거둔 드라마는 많지만, 그 명성을 그대로 이어간 속편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에도 여전히 전작을 뛰어넘겠다는 꿈을 안은 속편 여럿이 시청자를 만난다.

◇ "홈런은 쳐도 연속안타는 어려워"…'오징어 게임' 시즌2·3에 쏠리는 눈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

올 한해 공개된 드라마 후속작을 살펴보면 전작을 뛰어넘기는커녕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내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21년 당시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1위에 오른 '지옥'의 후속 '지옥2'는 큰 화제를 부르지 못했고, 2019년 시청률 22%를 기록한 '열혈사제'의 후속 '열혈사제2'도 10% 초반대에 머물렀다.

신선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한 차례 '홈런'을 치는 것은 가능해도, 이른바 '히팅 스트릭'(연속 안타)을 치기는 더 어렵다는 것이 콘텐츠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올해 연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K-드라마인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내놓은 데 이어 내년 여름께 시즌3을 공개할 예정이다.

당장 시즌2에 대해선 평이 엇갈리지만, 화제성만큼은 입증됐다.

외신들은 "날카로움을 잃었다", "정체된 이야기"라고 냉정하게 평가했지만, 시즌2는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많이 시청된 콘텐츠로 집계됐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시즌2는 28일 92개국에서 시청 1위 콘텐츠에 올랐다.

황영미 영화 평론가는 "(전작의) 네임밸류가 있기 때문에 시즌2를 일단 보게는 된다"며 "화제성이 시즌1보다 결코 덜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오징어 게임'은 시즌2와 시즌3이 동시에 촬영됐고, 사실상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고려할 때 내년에 시즌3이 공개된 뒤에야 종합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사냥개들'

'오징어 게임'보다는 체급이 작지만, 마니아층을 모았던 액션 드라마들도 시즌2로 돌아온다.

두 청년이 악랄한 사채업자와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다룬 '사냥개들'이 내년에 시즌2를 공개하고, 학교 폭력을 다룬 '약한영웅'은 '약한영웅 클래스 2'라는 이름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 시즌제 정착한 예능…4∼5년 공백 깬 인기 예능 후속도 눈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드라마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이 먼저 시리즈 방식에 안착한 모습이다. 내년에도 다양한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이 후속 시리즈로 시청자를 만난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최고의 화제성을 거둔 요리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는 내년에 곧장 시즌2를 내놓는다.

시즌1에 이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출연하고, 제작진은 영국 요리사 고든 램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인기 연애 프로그램 '환승연애'와 '솔로지옥'은 둘 다 시즌4로 돌아온다.

몇 년 만에 다시 돌아온 예능들도 눈에 띈다.

티빙은 방 탈출 콘셉트의 예능 '대탈출' 시리즈를 '대탈출 리부트'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대탈출'이 2021년 시즌4로 마무리된 지 4년 만이다.

JTBC 요리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는 2019년 종영했다가 지난 15일 5년 만에 다시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라는 맛집 같은 이름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솔로지옥' 시즌4

콘텐츠 업계가 계속해서 후속 시리즈를 내놓는 것은 손쉽게 기존 시청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또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싶은 창작자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처음 드라마를 만들면 짧은 분량 안에서 캐릭터와 세계관까지 소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후속작부터는 이를 건너뛰고 감독과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바로 펼칠 수 있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창작자 입장에서는 성공한 콘텐츠 속의 캐릭터와 세계를 그냥 흘려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시즌제 드라마가 반복되다 보면 전작보다 성공한 후속 시리즈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