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주택 설치 전 안전난간 미설치…안전모도 지급 안 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직원이 작업 중 추락해 숨지자 법정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전면 부인한 업체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1단독 김샛별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립식 주택 설치업체 대표이사 A(55)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7월 27일 오전 8시께 인천시 강화군 작업장에서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B(사망 당시 53세)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2층짜리 조립식 주택을 설치하다가 2.5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크게 다쳤다.
사고 후 그는 병원에서 치료받았지만 한달가량 뒤 뇌출혈로 인한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끝내 숨졌다.
조사 결과 현장 책임자인 B씨는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작업 현장에 도착해 먼저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업주이자 안전관리책임자인 A씨는 작업 당시 추락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난간을 설치하지 않았으며 B씨에게 안전모나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조립식 주택) 공사 특성상 안전 난간은 설치하기 어렵다"며 "B씨는 공식적인 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안전모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 아들은 "A씨와 회사가 진정한 사과도 하지 않고 사고를 아버지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엄하게 처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촉구했다.
법원도 업무상 과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안전 난간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피고인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관련 규정에 따르면 차선책으로 추락 방호망을 설치하거나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모 미착용도 피해자의 전적인 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고 유족들은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그런데도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판사는 "작업 중 피해자의 과실도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며 "피고인이 같은 범죄로 과거에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