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근무 기간 요건 채우려 '고용계약서 위조', 호주 이민국 제출
가스공사 "인사위 열어 징계 예정…전수조사 등 재발 방지 최선"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국가스공사 호주법인 직원들이 호주 영주권 취득을 위해 고용 관련 서류를 위조한 사실이 발각돼 물의를 빚고 있다.
부채가 42조원이 넘어 부채비율이 400%를 초과하는 등 회사가 경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가스공사 직원들이 본업에 충실하기보다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해 불법행위까지 저지르는 등 도덕적 해이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에너지 업계와 한국가스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가스공사 본사 감사실에 호주법인 직원들에 대한 비위 관련 내용이 접수됐다.
호주법인 파견 직원 2명이 호주 영주권 취득을 위해 고용계약서 등 공문서를 위조해 현지 이민국에 제출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들은 호주 정부가 영주권 신청 자격으로 요구하는 현지 근무 기간 요건을 채우기 위해 고용계약서에 명시된 근무 기간을 임의로 수정하는 등 공문서를 위조해 이민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의 호주법인 파견 기간은 통상 3년이다.
이들이 위조한 서류를 이용해 영주권을 발급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가스공사 측은 연합뉴스 취재에 호주법인 비위 관련 내용을 확인하면서 "8월 말 감사 쪽으로 비위 의혹이 접수돼 3∼4주 기초조사를 거쳐 9월 말부터 11월까지 본 감사를 진행해 현재 감사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본 감사를 통해 가스공사는 호주법인 직원들의 비자 관련 서류 조작 행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가스공사가 비위 관련 의혹 제보를 받고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등을 의식해 4개월 넘게 인사·징계 조치를 늦추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호주법인을 비롯한 해외법인 근무자들의 '영주권 취득'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된다.
가스공사는 지난 2022년 경영실적 평가에서 5단계 중 C등급(3단계·보통)을 받은 데 이어 작년 평가에서는 한 단계 더 내려간 D등급(4단계·미흡)을 받았다.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해당 연도 재무성과와 함께 기관 내 비위행위와 안전사고 등 공공기관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도 점수에 반영하는데, 종합등급 C등급 이상을 받아야 성과급이 지급되기 때문에 영향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호주법인 비위 의혹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영평가 때문에 미룰 이유가 없다"고 이런 의혹을 일축했다.
가스공사는 2008년 정부의 자원확보 정책에 부응해 호주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 호주에도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호주 동부 글래드스톤 액화천연가스(GLNG) 프로젝트와 프렐류드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등 호주에서 2개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가스공사는 한 때 호주 사업에서 조 단위의 누적 손실을 보기도 했으나 2021년부터는 연간 1천억∼2천억원 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다.
가스공사는 "본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내부 절차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향후 전수조사를 통해 내부통제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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