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 등과 달리 해외 인터넷 중개사는 규제 '사각지대'
해외 사이트 접속 장애에 속수무책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국내에서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외 인터넷 중개사업자에 문제가 생길 경우 마땅한 조치 방법이 없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LG유플러스[032640] 이용자들이 겪은 해외 사이트 접속 장애를 별도로 조사하지 않는다.
장애 원인으로 지목된 해외 인터넷 중개사업자가 국내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은 지난 20일 오후 8시부터 약 15시간 동안 디스코드, 나무위키, 챗GPT 등 해외 사이트 접속에 장애를 겪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현재까지 이는 해외 인터넷 중개사업자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국내 인터넷 중개사업자가 해당 사이트를 관리하는 해외 인터넷 중개사업자의 서버에 접속해 국내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전달해야 하는데, 해외 인터넷 중개사업자 측에 문제가 생기면서 국내 이용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해외 인터넷 중개사업자에는 이번에 문제 된 클라우드플레어 외에 아마존웹서비스(AWS), 아카마이 등이 있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지만, 정부 차원에서 해외 인터넷 중개사업자를 규제하기는 어렵다.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를 포함한 기간통신사업자와 전년도 말 기준 3개월간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1천만 명 이상이거나 하루 평균 국내 트래픽 양 비중이 2%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에 장애가 발생하면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등 조치할 수 있다.
당초 이 같은 조치는 기간통신사업자에 한정됐지만, 2022년 카카오[035720]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먹통 사태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작년 7월부터 부가통신사업자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구글, 메타 등 국내 이용자가 많은 해외 기업도 서비스 장애 발생 시 과기정통부가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인터넷 중개사업자는 사각지대에 있다. 한국 법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있더라도 영업 조직만 갖춘 경우가 많아 국내 이용자 수나 트래픽 발생량 등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일부 사이트에 로그인할 수 없는 피해에 그쳤지만, 국내에서 해외 사이트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향후 더 큰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외 인터넷 중개사업자는 일반적으로 국내 사업장이 없어 문제 발생 시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며 "위급할 때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초반에도 LG유플러스가 클라우드플레어와 연락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해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인터넷 중개사업자는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해외 인터넷 중개사업자는 우리 법 소관이 될 수 없다"며 "통신 3사 등 국내 인터넷 중개사업자를 통해 해외 사업자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긴밀한 소통 체계를 갖출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hyun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