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하순부터 조정 협의 본격화…중형보험사 "1% 인하" 계획
(서울=연합뉴스) 이율 기자 = 내년 자동차 보험료 조정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서민경기 악화 속에 상생을 강조하면서 차 보험료 동결을 압박하는 가운데 보험업계는 2년 연속 인하로 손해율이 급등했다며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중형 보험사는 내년 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000810]와 현대해상[001450],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005830]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금융당국과 내년 자동차보험료 조정 계획을 협의 중이다.
대부분 보험사는 연말까지 손해율과 실적 동향을 보고서 조정계획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11월 폭설로 인해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92.4%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1%포인트(p) 뛰어올랐다.
대형 4개사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계 손해율은 82.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p 치솟았다. 통상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80%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대형사의 경우 82%로 본다.
11월까지 누계 손해율은 삼성화재(82.2%), 현대해상(83.5%), KB손해보험(82.9%)이 모두 82%를 넘었고, DB손해보험은 81.2%를 기록했다.
통상 4분기에는 폭설·결빙 등 계절적 요인으로 손해율이 악화한다. 올해 연간 손해율은 1월 중하순께 집계될 전망이다.
만약 연말 누계손해율이 더 치솟는다면,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보험사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 정비수가가 내년 1월부터 2.7% 인상되는 점도 보험사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보험 가입 차량이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로, 비용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한 대형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 연속 인하에 따른 부담에 손해율이 악화해 수익이 급감한 가운데, 내년에는 손해율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 동결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은 12월 손해율을 봐야겠지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경기가 어려운데, 보험사들도 상생에 동참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내년 자동차보험료는 최소 동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1월 중하순께 연말 손해율과 실적 가마감 수치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조정계획과 관련한 협의를 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중형 보험사는 자동차보험료를 1%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보험료는 손해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가입자가 2천500만명에 달해 국민의 일상과 직결되고 물가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 업계와 협의를 한다.
내년 실손의료보험이 평균 약 7.5% 수준 인상되고, 특히 3세대는 평균 20%대, 4세대가 평균 13%대 뛰어오를 것이라는 점과 은행권이 상생 차원에서 위기 자영업자 25만명에게 연간 7천억원, 3년간 2조원의 금융지원에 나섰다는 점은 향후 자동차 보험료 조정 협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험업계 새 회계기준인 IFRS17 시행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인 손해보험사들은 당국의 상생 압박 속에 자동차보험료를 2022년 4월 1.2∼1.4%, 2023년 2월 2.0∼2.5%, 올해 2월 2.1∼3% 인하했다.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