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70년대생 장관급 부상…'54세 최연소 성장' 등 배출

연합뉴스 2024-12-28 21:00:07

류제 등 50대 초반 선두 주자들, 차세대 지도부 후보군 눈길

3중전회 회의장 입장하는 中 지도부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에서 '치링허우'(70後·1970년대 출생자) 인사들이 장관급으로 부상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올해 50대 초반인 1970년대생 공산당 간부들이 성장(省長)·부장(部長·장관급)으로 정식 승진하며 중요 직책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가장 최근에 장관급으로 승진한 인물은 지난 18일 동부 저장성 부성장 겸 성장대리로 임명된 류제(劉捷·54) 전 항저우시 당 서기다.

저장성 당위원회 부서기이자 당조직 서기인 류제는 1970년 1월생으로, 앞서 지난 10월 성 당 위원회 서기로 승진한 왕하오 전임 성장의 후임으로 낙점됐다.

중국에서 성장은 국무원 산하 각 부처의 부장과 비슷하며, 성 당 위원회 서기는 이보다 한 급(級) 위로 분류된다.

1970년대생이 성장 대리가 된 것은 류제가 처음으로, 그는 또한 현재 최연소 성급 지방정부 책임자라고 상관신문 등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장쑤성 단양 출신인 류 성장대리는 전형적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다. 베이징과기대 금속공학과를 1992년 졸업하고 국영기업인 후난성 샹탄강철에서 제강 엔지니어로 일하기 시작해 2005년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동안 중국지질대 경영대학원에서 자원산업경제를 전공하고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후난성 상무청장을 맡으며 관직에 입문한 그는 중앙의 성간 간부 교류 방침에 따라 장시성 신위시 시장 및 당 서기를 거쳤고, 2016년 11월 46세에 장시성 당 상무위원으로 뽑히면서 '전국 최초의 70년대생 성급 당상무위원'으로 주목받았다.

2018년에는 구이저우성으로 옮겨 당 상무위원과 비서장 등을 역임한 그는 2021년 12월 부패 의혹으로 낙마한 저우장융의 뒤를 이어 저장성 항저우시 당 서기를 맡으며 결정적으로 도약했다.

중국 저장성장 대리로 임명된 류제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는 당시 당국의 '알리바바 때리기' 속에 저우 서기를 비롯한 전현직 관리 3명이 낙마하며 사정 한파가 몰아쳤는데 류제는 그 후폭풍을 수습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잘 치러내면서 지난해 10월 저장성 부서기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는 저장성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기반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시 주석은 2002∼2007년 저장성 성장과 당 서기를 지냈다.

류제 성장대리 이전에 장관급으로 승진한 70년대생 정치인은 쓰촨성 부성장 출신으로 지난해 5월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으로 발탁된 리윈쩌(李云澤)와, 지난해 5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1인자인 중앙서기처 1서기에 오른 아둥(阿東)이 있다. 리윈쩌와 아둥 모두 1970년생이다.

SCMP는 익명의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들 세 사람 가운데에 류 성장대리가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금감총국은 중요한 금융규제기관이지만 성장에 비해서는 책임범위가 좁고, 공청단은 입지가 약해지며 더 이상 승진 코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밖에 1960년대 후반 출생으로 범위를 넓히면 1969년생인 인융(殷勇) 베이징시장, 스샤오린(施小林) 쓰촨성장 등이 장관급에 올라 있다.

또 차관급 1970년대생으로는 1972년생인 주중밍(朱忠明) 상하이시 부서기, 1971년생인 주거위제(諸葛宇杰) 후베이성 부서기, 1970년생인 스광후이(時光輝) 네이멍구자치구 부서기 등이 대표주자로 거론된다.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의 셰마오쑹 선임연구원은 중국공산당이 정부 관리와 국영기업 관리자, 전문·기술 인재 등 세 분야에서 차세대 지도자를 영입하고 있다고 SCMP에 말했다.

셰 연구원은 이들 모두 교육수준이 높고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중국은 이들에게 여러 직무를 두루 맡기고 있으며 특히 보안 방면을 포함해 다양한 업무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리윈쩌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