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전망]정유·석화업계 생존 전략…"친환경·고부가 사업"

데일리한국 2024-12-28 10:18:28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제공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2025년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도전 속에 '회복의 신호'를 엿보고 있다. 국제 유가 안정과 정부 지원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지만 친환경 전환과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체질 개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단기적 반등 기대…장기 과제 '산적'

석유화학 업계는 일시적 공급 과잉 완화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글로벌 에틸렌 증설 규모는 내년 423만톤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613만 톤에서 감소한 수치다.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올해 초 톤당 169달러에서 이달 초 241달러로 상승했다. 업계 통상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반등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오는 2026년부터 글로벌 에틸렌 증설이 다시 가속화된다. 연평균 1050만 톤규모의 증설이 예고됐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는 대규모 설비 확장은 시장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 

국제 유가도 하락세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3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나프타 가격도 톤당 700달러에서 620달러로 내려갔다. 

정유업계는 유가 안정과 글로벌 수요 개선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쉐일 오일 증산 정책은 유가 하락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유업계의 원가 부담을 줄이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 마진은 유가 변동과 글로벌 수요에 좌우된다"며 "기존 정제 설비 효율 극대화와 친환경 연료, 고부가 제품 생산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유·석화업계, 친환경·고부가 사업 전환 '가속'

석화 업계는 생존을 위해 친환경과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비중을 30% 이하로 줄인다. 친환경 소재와 고부가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케미칼은 폐플라스틱 재활용과 바이오 소재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고부가 합성수지(ABS) 확대를 이뤄낸 LG화학도 태양광용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 등 친환경 스페셜티 개발 및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LG화학은 여수산업단지 내 일부 PVC 생산라인을 초고중합도 PVC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전기차 급속 충전 케이블용 제품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초고중합도 PVC는 높은 온도에서 성질이 변하는 기존 PVC의 단점을 극복한 내열성을 가진 소재다.

이와 함께 정부도 석화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나프타분해시설(NCC) 매각 등 자발적 사업재편 유인책을 마련,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공급에 나선다.

또 공장 가동이 멈추고 있는 전남 여수시 등을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하는 방안 검토, 공정거래위원회 사전컨설팅 지원과 기업활력법에 따른 사업재편 기업 인센티브 강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R&D 지원도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2025년은 더 큰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K-정유, 바이오 연료·액침 냉각 시장 '집중'

정유업계는 바이오연료와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업을 확대하며 탄소중립 실현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초로 초저유황 바이오선박유를 선보이며, 최근 이를 대만 선사 양밍에 공급한 바 있다. 이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선박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한 연료로,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특히 선박 엔진 개조 없이 사용 가능해 현실적인 탄소 저감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연료 관련 국제 친환경 인증인 ISCC EU를 획득했다. 이 인증은 유럽연합(EU) 재생에너지 지침에 부합하는 지속가능성과 저탄소 제품 인증으로, 바이오연료 글로벌 친환경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는다. 

SAF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SAF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연료로, 세계 각국이 SAF 사용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6년 SAF 상업 생산을 목표로 SK울산콤플렉스(CLX) 내 전용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GS칼텍스도 핀란드 네스테로부터 SAF를 공급받아 대한항공과 SAF 시범 운항을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폐기물 기반 바이오연료 실증 사업을 추진하며, 국제 SAF 인증(ISCC CORSIA)을 획득한 바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국내 최초 ANA항공(전일본공수)에 SAF 수출에 성공했다.

액침냉각설비에 담긴 냉각유와 서버를 테스트하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 직원들 모습. 사진=HD현대오일뱅크 제공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겨냥한 액침 냉각 기술 선점에도 집중한다. 액침 냉각은 냉각유에 직접 제품을 침전시키는 기술로 데이터센터, ESS 등에 활용하면 전력 효율은 높이면서 화재 위험과 장비 손상을 낮춘다. 또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장비를 배치할 수 있어 경제성은 높일 수 있다.

먼저 HD현대오일뱅크는 자사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인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는 GRC로부터 일렉트로세이프(Electrosafe) 프로그램 인증을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기술은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시장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외 실증사업과 북미 시장 개척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액침 냉각유 브랜드인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에쓰오일은 지난 10월 고인화점 액침 냉각유 제품 에쓰오일 e-쿨링 솔루션을 각각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은 정유·석화 업계가 단기 회복과 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해"라며 "국제 유가 안정과 정부의 지원책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글로벌 설비 증설과 경쟁 심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