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취약계층 돕기 위해 '밥퍼' 봉사 모티브로 지난 3월 첫선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사람들과 얘기도 할 수 있고 돈도 버니 얼매나(얼마나) 좋아유"
지난 23일 충북도의 노인 일자리 사업인 '일하는 밥퍼' 작업장이 마련된 청주시 상당구 충북도청소년진흥원.
15평 남짓한 방에 들어서자 알싸한 마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위생모와 장갑을 착용한 20명의 노인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마늘 꼭지를 따고 있었다. 작업대에 수북이 쌓인 마늘 더미들 위로 노인들의 손이 가볍고도 바쁘게 움직였다.
이유순(73)씨는 고령에 매일 일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경로당에서 놀기만 하는 것도 힘들다"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하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잘 간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3주째 일한다는 김경숙(77)씨도 "집에만 있다가 나와서 일을 하니 힘이 생기고, 가족들도 너무 좋아한다. 손을 자꾸 움직이니 치매 예방도 되는 것 같아 일석이조"라고 즐거워했다.
구모(79)씨는 "일을 마치고 손자들에게 줄 먹거리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간다"면서 "이 일을 하면서 마음이 젊어진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충북도는 60대 이상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해 경제적 도움을 주는 '일하는 밥퍼' 사업을 시행 중이다.
평일에 하루 2시간씩 노인들에게 마늘·쪽파 다듬기 등의 일감을 주고, 그 대가로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1만5천원어치의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일부 '일하는 밥퍼' 작업장은 동참하려는 노인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다.
권오웅(79)씨는 "한번 참여해보니 너무 좋아서 친구 3명에게 소개한 뒤 같이 오고 있다. 선착순이라 1시간 전에 미리 와 자리를 잡고 아예 일을 먼저 시작한다"며 껄껄 웃었다.
충북도청소년진흥원 작업장에서는 사업 참여 노인들이 하루 평균 200∼250㎏의 마늘 꼭지 따기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충북도가 농수산물 도매업체로부터 일정 작업비용을 받고 확보한 일감이다.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온누리상품권은 일감 의뢰비, 충북도 예산, 충북적십자사·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금으로 마련한 것이다.
'일하는 밥퍼'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청주 상당공원에서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노인들을 보고 사업으로 연결한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직접 밥을 사서 먹을 수 있도록 자립을 돕자는 취지에서 김 지사가 서울의 유명 무료급식 봉사단체('밥퍼')를 본떠 사업명을 만들었다.
지난 3월 청주와 괴산의 경로당 2곳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됐으며 현재는 영동을 제외한 도내 10개 시·군 46개 작업장에서 '일하는 밥퍼' 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24일 기준 누적 참여 인원은 1만2천755명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28일 "사업은 노인들의 자립뿐만 아니라 자기 효능감도 크게 개선하고 있다"면서 "사업 성과를 꼼꼼히 기록한 뒤 전국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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