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서민주 "신인상이 목표… 연기 다시 처음 시작하는 느낌이었죠"[인터뷰]

스포츠한국 2024-12-28 07:00:00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곽경택 감독의 연출작 '소방관'은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 사건을 소재로 현장에서 분투하는 소방관들의 삶을 그린 영화다. 개봉 첫날 8만1천여명(매출액 점유율 27.4%)의 관람객을 동원했으며, 장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흥행의 중심에는 주연들의 열연도 있었지만 이들 못지 않게 틈새 활약을 펼친 조연배우들의 활약도 호평을 이끌어냈다.

'소방관'에서 효민 역을 맡아 열연한 서민주는 소방관 기철(이준혁)의 약혼녀이자, 효종(오대환)의 동생인 효민 역을 맡아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가족애를 상징하는 매개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방관의 가족으로서 중요한 감정선을 담당하며 이야기에 입체감을 더하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는 평이다.

'소방관'은 4년 전인 2020년 촬영을 마쳤으나 코로나19 여파, 곽도원의 음주운전 등으로 개봉이 미뤄졌다. 서민주는 지난 11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스포츠한국 편집국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선택을 했다기보다 선택을 받았죠"라며 영화 '소방관'과의 특별했던 만남을 떠올렸다.

"'소방관'은 감독님이 오디션을 보라고 권유를 주셨어요. 막연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출연하게 됐어요. 오디션에서는 시나리오는 못 보고 효민이라는 캐릭터의 상황을 즉석에서 연기했어요. 나중에 보니 그게 오빠를 잃고 유품을 정리하는 연기였죠. 그 뒤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슬픈 느낌이었어요. 상상을 하면 감정이 더 크게 다가오잖아요. 효민이 영화의 흐름에서 중요한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친오빠를 사고로 잃고 마지막까지 슬픈 감정선을 주요. 촬영 땐 '내가 이 장면을 찍게 되는구나' 하고 기대했죠."

'소방관'은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실제 6명이 순직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보니 사실적인 몰입감은 상당하지만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가슴 먹먹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감정신에서 여러 테이크를 찍었어요. 그때 제가 감정 컨트롤이 조금 부족한 면이 있어서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잘 찍기 위해 나름 준비해 갔죠. 그런데 감독님이 오히려 감정적인 부분을 컨트롤하라고 하셨어요. 네가 울면 관객들이 못 우니까 너무 울면 안 된다고 하셨죠. 울기 직전까지 참아라고 하셨는데 제가 힘들어해서 여러 번을 찍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보면 눈이 약간 부은 상태로 나와요. 감독님이 한참 울고 나서 찍은 신을 쓰신 것 같아요. 다음 날 보니 눈이 너무 부어서 쌍꺼풀이 없어졌더라고요. 오히려 다 쏟아낸 뒤에 연기를 해서 그런지 어색함이 덜했던 것 같아요."

서민주가 연기한 효민은 오빠인 효종 역의 오대환과는 K-남매의 매력을, 연인인 기철 역의 이준혁과는 달달한 분위기로 다면적인 매력을 드러낸다. 함께 호흡한 배우 오대환과 이준혁과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오대환 배우와는 함께 하는 신이 한 장면 있었어요. 짧은 시간 촬영했는데 말도 걸어 주시고 편하게 해 주셨어요. 이준혁 배우는 저보다 예쁘시더라고요. 아이 이름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는 장면을 처음 찍었던 걸로 기억해요. 촬영이 어색할까 봐 배우들 다 같이 밥을 먹었는데 그때 이야기를 많이 했죠. 출연진이 다 같이 모여 모바일 게임도 했고요. 저는 아쉽지만 휴대폰 용량이 다 차서 게임이 안 깔렸지만요."

서민주는 지난 2013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해 미에 당선됐다. 이후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그는 "후회하거나 하지 말았을 걸 이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이게 맞는 것 같아요"라며 연기를 향한 열정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제가 나가려고 한 게 아니라 사실 동생이 준비를 했었어요. 저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평범하게 회사를 가려고 했죠. 동생이 사정상 대회에 못 나가게 됐고 언니인 제가 나가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나갔다가 당선이 됐어요. 저는 공부를 하고 하고 회사에 취업하고 하는 평범한 인생의 수순을 밟다가 선택의 기회가 온 거예요. 사실 한 눈 팔았다 오자는 생각이었는데 미스코리아에 당선되면 활동을 2년을 해야 해요. 그때 고민을 했죠. 미스코리아 활동을 하고 나면 사실 학위가 리셋이 되거든요.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그때 사드 사태가 터지기 전이었던 것 같은데 중국 쪽으로 진출을 하려고 연기를 시작했어요. 이후에는 혼자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연기를 준비했죠. 엄마가 반대를 많이 하셨는데 후회는 안 했어요. 조급해하지 않고 이게 내 길인가 보다 하고 있어요."

신인 배우 서민주는 이번에 개봉한 '소방관'과 2022 tvN 드라마 '킬힐'과 영화 '미션 파서블', '담보', '그것만이 내 세상'에 출연, 차곡차곡 연기력을 쌓아 올리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연기에 대한 매력을 뭘까.

"예를 들어 공부를 할 때는 프로젝트하고 일주일 동안 연구한 걸 세미나로 발표하고 그럴 때 '내가 이걸 해내야 한다'나 '견뎌야 한다'는 느낌이거든요. 제가 오로지 그 시간을 이끌어 가는 사람인 거잖아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그 시간 안에 내가 연기를 해야 하는 건데 이걸 빨리 끝내버려야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끝나고 나면 해냈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신인인데 얼마나 잘하겠나 싶지만 연기 시간이 주어지면 그걸 표현하는 시간이 좋아요."

배우 하지원이 출연했던 '황진이', '다모'를 언급하며 액션에 대한 욕심도 내비친 서민주는 연기 목표를 묻는 질문에 "신인상이 받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제가 꼰대 같은 마인드가 있는 것 같아요. 증서나 상이 있어야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 나 이렇게 했구나' 하는 안도의 숨을 쉬는 거죠.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고 몇 작품 하지 않있지만 신인상을 받는 게 일단 첫 번째 목표예요. 신인상은 신인 때만 받을 수 있잖아요. 그걸 받고 나면 그다음이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나중에 인지도가 있고 주연을 맡게 돼도 상을 못 받으면 갈증이 있을 것 같거든요. 시작 같은 느낌인 거죠."

'소방관'은 유료 관람한 관객 1인 티켓 금액당 119원을 대한민국 소방관 장비 및 처우 개선을 위해 현금 기부를 하는 '119원 기부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서민주는 "영화로 인해서 불법주차 같은 별일 아닌 것에 경각심을 다시 한번 새기게끔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속 깊은 마음씨로 '소방관'의 관람을 독려했다.

"그냥 가볍게 보는 영화는 아니고 메시지가 담긴 영화예요. 그 안에 있는 메시지도 한 번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시면 기부도 되니까요. 좋은 일에 동참한다고 생각하시고 주변 분들이랑 영화 관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