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실패-후보만 6명’ 대한체육회장 선거, 이기흥 3선할까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2024-12-28 06:00:00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기대를 모았던 단일화는 실패했다. 후보만 무려 6명. 역대 최다 경쟁이다.

‘체육 대통령’을 뽑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표면적으로는 가장 치열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더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 많은 후보가 난립하면서 국민적 여론이 좋지 못한 이기흥(69) 현 회장이 3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사진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기흥 후보, 김용주 후보, 유승민 후보, 강태선 후보, 오주영 후보, 강신욱 후보.  연합뉴스 자료 사진 및 후보 제공 사진 사진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기흥 후보, 김용주 후보, 유승민 후보, 강태선 후보, 오주영 후보, 강신욱 후보.  연합뉴스 자료 사진 및 후보 제공 사진

▶기대 모았던 ‘反 이기흥 연대’의 실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을 막기 위해 강신욱(68) 단국대 교수와 박창범(55) 전 대한우슈협회장,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 안상수(78) 전 인천시장은 단일화를 모색했다. 19일 1차 회동 이후 22일 2차 회동에서는 강태선(75) 서울체육회장 측까지 합세해 무려 5명의 후보가 1명으로 단일화에 성공하는가 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할지에 대해 객관적 지표가 없었다. 여론조사를 하자니 국민이 뽑기보다는 선거인단이 뽑는 투표라는 점에서 맹점이 있었다. 모두가 단일화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어떻게 해야 결과에 승복하고 다수가 사퇴하며 단일화할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후보등록 마감이었던 25일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박창범 후보가 강신욱 후보와 단일화하며 사퇴했고, 안상수 전 인천시장 역시 단일화 동참을 호소하며 사퇴했다. 하지만 강신욱, 유승민, 강태선은 단일화를 하지 못했다.

여기에 김용주(63)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오주영(39)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까지 선거에 나오며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기호 1번 이기흥, 2번 김용주, 3번 유승민, 4번 강태선, 5번 오주영, 6번 강신욱 후보까지 무려 6명이 나서게 됐다. 역대 최다 경쟁이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오른쪽부터),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대한체육회장 후보 단일화를 논의했지만 실패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오른쪽부터),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대한체육회장 후보 단일화를 논의했지만 실패했다. ⓒ연합뉴스

▶이기흥 사법 리스크, 반발 불러오다

그동안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많아야 3~4명이 경쟁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6명이나 나오며 역대 최다 경쟁이 된 것에는 현 이기흥 회장에 대한 반발심과 이에 따른 당선 가능성이라는 분석이다.

이기흥 회장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음에도 현재 수사 중인 직원 채용 비리와 금품 수수,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 등 사법 리스크로 인해 국민적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현 회장이 직무정지를 받은 상황임에도 3선을 위해 선거에 나오는 일이 벌어지자 여러 후보가 나섰다. 눈길은 끄는 건 단연 유승민, 강태선 후보다.

한국 탁구의 전설인 유승민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선수 출신이라는 점만으로도 그 어떤 후보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42세의 젊은 나이인데도 이미 대한탁구협회장을 성공적으로 마쳐 국민적 호감도가 매우 좋은 상황.

블랙야크 그룹의 회장인 강태선 후보는 막강한 재력과 함께 가장 인구가 많은 서울시체육회장을 역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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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난립, 이기흥 회장 3선에 오히려 도움되나

이기흥 회장을 제외하곤 5명 모두 야권이다. 그것도 유승민-강태선까지 나름 유력인사들이 단일화를 하지 못하고 나눠있다는 점은 오히려 이기흥 회장에게 플러스 요인일 수밖에 없다.

각 후보들이 믿는 구석이 있고 지지 세력이 있기에 출마했겠지만 이기흥 회장은 2016년부터 8년 이상 대한체육회장을 지내며 전국 방방곳곳 2300여 선거인단을 이미 만나고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아무리 국민적 여론은 좋지 못하더라도 어차피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2300여 선거인단만 바라보고 하는 선거활동인데 8년간 닦아놓은 표밭이 타후보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많은 체육인들이 이기흥 회장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타 후보를 뽑고 싶다할지라도 2300여명이나 되는 선거인단이 나머지 5명의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해야 표심이 몰려 당선이 가능할지 가늠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정치권이 계엄-탄핵 정국으로 흘러가며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정보와 권력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시선이 모두 용산으로 향했다는 사실 역시 이기흥 회장에겐 호재다. 자신을 공격하던 주세력인 정치권이 가장 중요한 선거시기에 어떤 공격도 받지 않게 됐기 때문.

결국 단일화 실패와 이로 인한 후보 난립, 정치 상황 등이 겹쳐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 가능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한편 제42대 체육회장 선거는 2025년 1월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2300여명의 체육인들로 꾸려진 선거인단 투표로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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