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의 대행 시대' 한국 외교…리더십 공백 심화 우려

연합뉴스 2024-12-28 00:00:15

트럼프 2기 대응 비상…정상급 소통 더 어려워질 듯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미국계 기업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리더십 공백을 절감하던 한국 외교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외교부는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로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선 뒤 외교 정상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조태열 장관이 미국·일본·중국 외교 수장들과 잇달아 통화하며 외교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한미 외교차관이 계엄 사태로 연기됐던 주요 일정을 재개키로 하는 등 한국 외교는 어느 정도 안정 단계로 접어드는 분위기였다.

이런 와중에 이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직을 이어받으면서 재정비에 다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행의 대행'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외국과의 정상급 소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급변하는 탄핵 정국 속에서 아무리 대통령 권한대행이라고는 하지만 '대행의 대행'이 갖는 무게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총리와 주미대사 등을 역임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상당히 알려진 한덕수 권한대행과 경제 전문가인 최상목 권한대행을 바라보는 외국의 인식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경제를 살피기도 바쁠 최 권한대행이 외교부 업무까지 살필 여력이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직 외교관은 "권한대행이 국무총리 아래 인사로 내려오게 되면 외교 정책 조율 및 결정을 할 때 애매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조태열 장관,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 참석

결국 외교부가 중심을 잡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당장 내달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지만, 한미정상회담은 커녕 전화 통화라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

또 전 부처를 통괄하는 기존의 지휘 체계가 사실상 무너진 탓에 북한문제 등 주요 이슈가 발생했을 때 부처 간 입장 조율 등 협력이 원만하게 이뤄질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 정치의 불예측성이 커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외교적 합의를 할 때 상대방에 믿음을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이 비용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가관광전략회의 참석한 외교부 장관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