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한 달도 안돼 대통령·총리 직무정지…추가 탄핵소추 가능성도
'최상목 체제' 안정 여부 미지수…조기대선 염두 수싸움에 여야 대치 지속할 듯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가 현실이 되면서 연말연시 정국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 제로' 상황에 접어들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불과 한 달도 안 돼 대통령과 권한대행 국무총리 등 정부 수반 2명이 연속으로 탄핵소추 및 직무정지된 데 이어, 추가 탄핵소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향후 정국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진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따라 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한 지 13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원천 무효 및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일단 한 총리의 직무는 정지되고 정부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그러나 '대행의 대행' 격인 최 권한대행 체제가 국정 안정을 도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권한대행은 본연의 경제 사령탑 업무에 대통령의 외교·안보 등 외치 및 총리의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내치까지 '1인 3역'을 맡게 됐다. 사실상 행정부 콘트롤타워가 마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 권한대행 스스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많은 분이 말씀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게다가 행정부 수반에 대한 탄핵소추가 여기서 끝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한 총리 탄핵소추의 사유가 된 헌법재판관 3인 임명 문제를 놓고 최 권한대행이 전향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또다시 탄핵소추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장경태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최 부총리가 그런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면 여러 명의 국무위원을 함께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재판관 임명 및 이른바 '쌍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반대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 권한대행을 향해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가처분에 대한) 헌재 결정까지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보류하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현재의 극한 대치 및 정국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정국의 혼란이 장기화하는 이면에는 결국 여야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헌법재판소 내 구도 및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시기 등에 대해 유불리를 따지며 물밑 수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으로서는 유력 차기 대권 주자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형량이 확정되는 시점 이전에 대선을 치르고자 조속한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에 전력투구하는 측면이 있다.
'국정 혼란'에 대한 부담감에도 민주당이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감행한 최대 이유가 결국 헌법재판관 3명 임명 거부라는 점에서다.
반대로 여당 입장에서는 '비상계엄 사태'로 여권이 최악의 위기의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과 연동된 대선 시기를 최대한 늦춰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상급심 결과가 먼저 나오도록 하는 게 현시점에서 최선의 카드라고 본 셈이다.
ge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