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궤도에 오른 올해 대형 증권사들이 대거 기업가치제고계획(밸류업) 공시를 마쳤다. 이에 중소형 증권사들의 동참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공시 여부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달 현대차증권이 공시를 앞두고 있어 중소 증권사들이 연이어 동참할지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밸류업 공시를 마친 증권사(지주 포함)는 11곳이다.
올해 초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그중 대표적인 수혜주인 금융권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금융권 대장주인 KB금융의 경우 지난 1월 5만원을 밑돌던 주가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인 2월 6만원대로 뛰더니 지난 10월에는 1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밖에도 금융지주사들과 삼성생명 등 금융기업들이 올해 대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에 부응하듯 금융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밸류업 공시에 나섰다. 밸류업 전체 1호인, 예고 공시를 한 곳은 KB금융이었으며 본공시 1호를 차지한 곳은 키움증권으로 모두 금융권이 차지했다. 이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도 12곳이 포함됐는데, 절반 이상인 7곳이 밸류업 공시를 완료해 편입된 기업이다.
특히 증권사를 살펴보면, 대형 증권사들 위주로 밸류업 공시가 이뤄졌다. 먼저, 금융지주사들이 밸류업에 적극 나섰던 만큼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이 지주에 묶여 공시를 마쳤으며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도 공시했다. 10대 증권사 중 7곳이 밸류업 공시를 완료한 것이다.
10대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대신증권이 아직 밸류업 공시를 안 했는데, 먼저 삼성증권은 내년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내년에 밸류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그룹사인 생명과 화재가 중장기적으로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올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어 삼성증권 역시 총주주환원율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밸류업 계획 발표는 미정으로, 주주환원보다는 자본을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대형 증권사들이 대거 밸류업 공시를 마치면서 이제 시선은 중소형 증권사로 향했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지주사에 속한 iM증권과 BNK투자증권, 유안타증권과 DB금융투자만 공시를 마쳤다.
DB금융투자는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및 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 평균 상회, 향후 3년간 주주환원율 40% 이상을, 유안타증권은 ROE 10% 이상, PBR 업종 평균 상회, 주주환원율 35% 이상을 내세웠다.
다만, 대형 증권사와는 달리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밸류업 공시에 적극 나서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밸류업 계획을 구상하는 데에도 별도의 인력이 필요한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PF 여파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직 밸류업을 이행하는 기업들에 대한 혜택도 확정되지 않아 무리할 필요도 없다는 분위기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장의 선도주자는 아니다 보니 다른 곳의 진행 상황에 대해 민감하게 보면서 팔로업하고 있다"며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이 나서기 시작하면 발맞춰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빠르면 현대차증권이 밸류업 공시를 예고한 다음달부터 중소 증권사들의 밸류업 공시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은 당초 연내 밸류업 공시를 할 예정이었으나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을 앞두고 있어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