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2,400선 하향 이탈…금융위기 이후 첫 6개월 연속 하락 유력
한총리 탄핵의결에 환율 1,500원 육박…외신 "정치 마비 심화"
경제부총리, 내년 1%대 성장률 시사…증권가 "당분간 비우호적 환경"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연말연시를 맞아 주가 수익률이 상승하는 산타랠리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가 올해는 헛된 꿈이 됐다.
경기 부진과 함께 계엄 사태 후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27일 오전 코스피는 전장 대비 1.59% 내린 2,391.00을 기록하는 등 2,400선을 하향 이탈한 데 이어 낙폭을 키우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한 전 종목이 약세를 나타내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승 중인 종목이 103개인 데 비해, 하락 중인 종목은 816개에 달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나란히 순매도세를 보이는 가운데,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만으로는 지수 방어에 역부족인 형국이다.
올해 증시가 이날과 오는 30일 단 2거래일만 남겨둔 가운데 현재 추세로는 7월 이후 6개월 연속 지수 하락이 확실시된다.
2000년 이후 코스피가 5개월 이상 연속 하락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5차례에 불과하다.
6개월 연속 하락은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2차례뿐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전례를 토대로 연말 산타랠리와 함께 증시가 12월에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으나, 결국 2008년 이후 16년 만에 다시 최장 하락 기록을 세우게 됐다.
최근 증시 하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1,500원을 코앞에 둘 정도로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꼽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80원을 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7월 이후 17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한 가운데 환율 급등은 '셀코리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달러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속도 둔화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8을 넘어 연고점을 경신했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은 이 같은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 급등은 달러 강세에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전날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불안감이 가중된 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외신들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이번 탄핵안 발의에 대해 한국 정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일제히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한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를 언급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더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P통신도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잠재적 탄핵소추가 고위급 외교를 중단시키고 금융시장을 뒤흔든 정치 마비를 심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취약한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은 대내외적 변수를 상쇄하기는커녕 충격을 키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종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전망치가 84.6으로 2022년 4월 이후 34개월 연속 100을 밑도는 등 부정적 전망이 이어졌다. 이는 해당 조사가 시작된 지 50년 만에 역대 최장의 부진 기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는 98만6천명으로, 해당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성장 전망은 하향이 불가피하다. 잠재성장률을 소폭 밑돌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잠재성장률이 2%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1%대 후반 성장률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환율 부담에 정치적 리스크 재부각을 언급하며 "당분간 비우호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