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회장직은 철저하게 나라와 체육계를 위하여 헌신하고 봉사하는 책임이 따르는 자리이다. 그 이유는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수 관리와 약 70여 개 종목 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225개 시군구체육회를 산하에 두고 4,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배분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수장 역할을 하는 대한체육회 회장은 일각에서 ‘체육 대통령’ 혹은 ‘스포츠 대통령’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현 회장으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여 3선을 노리는 이기흥(69)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매우 거세다.
그것은 체육계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지난 24일 여론조사 기관인 한길리서치 등에 따르면 국민 여론의 69.5%가 이 회장의 3선 연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국민 10명 중 절반이 넘는 7명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사안의 중대성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공직복무점검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회장은 업무방해, 금품 수수,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여 이 회장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다.
또한, 경찰과 검찰은 이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압수수색하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억측이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혐의에 대한 해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따랐다.
대한체육회장직은 막중한 책임과 봉사가 따르는 자리인 만큼 청렴과 신뢰는 대한체육회 회장의 당연한 덕목이며 책무 수행을 위한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이유를 내세우며 이 회장의 3선을 저지하기 위해 ‘반(反) 이기흥’을 외치는 후보들이 다수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흠잡을데 없는 자격을 갖췄다.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김용주 전 강원도 체육처장, 박창범 전 우슈협회장,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등이 그들이다.
이중 체육 행정과 기업 마인드를 갖춘 후보가 눈에 띈다. 서울시체육회장이자 BYN블랙야크 회장인 강태선 후보는 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24일 공식 후보 등록을 마치고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한 비전 선포식을 통해 ‘체육회의 변화와 혁신’을 이루겠다며 강력한 완주 의지를 표명했다.
강 후보는 “이번 선거는 단순히 체육회장을 뽑는 것이 아니라 체육회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하고 체육인의 권익을 보호하며 체육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출발점”이라며 후보 등록의 의미를 강조했다. 강 후보는 이 회장과의 경쟁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나는 이기려고 나왔다. 분명한 것은 봉사하기 위해 이겨야 하고 또 이기기 위해 봉사한다”라고 단언하게 말했다. 전날 이 회장이 “대한민국 체육이 위기상황에 처해 있기에 출마를 결심했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그 위기라고 하는 분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다. 위기가 이 회장 본인 때문에 온 것이 아닌가를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본인으로 인해 위기가 왔다면 본인이 그만두면 위기가 해결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것이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반 이기흥’ 입장표명을 분명히 했다.
이에 더하여, 강 후보는 '스포츠 경영'과 '스포츠 복지'를 체육 혁신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제시하며 체육회의 체질 개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체인지 아워 스포츠(Change Our Sports)'라는 슬로건 아래 5개 분야,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강 후보가 내세운 5개의 분야는 ▲체육인 지원 강화 ▲체육행정 전문화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국민·정부·체육 단체 간의 소통 강화 ▲선수와 지도자 역량 강화로 이를 중심으로 체육회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철학과 의지를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모토는 “임기 4년을 8년 같이...”이다. 가능한 이른 기한 내에 체육회의 체질을 혁신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여 정착시키며 대한체육회의 운영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라는 체육계의 오랜 염원을 기필코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었다.
특히 강 후보는 “스포츠도 ‘경영’이다”라고 단언했다.“체육회장은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되고 오히려 시간과 돈을 투자해 서비스와 봉사를 해야 한다. 돈을 쓰려면 충분하게 벌어야 한다. 즉 대한체육회는 돈을 정당하게 벌어야 하고 정부와 성실하게 대화해야 하며 또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체육회장은 경영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를 일궈내고, 서울시체육회를 이끈 경험을 토대로 스포츠계에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뿌리내리겠다는 강 후보의 용기 있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재로서 총 8명의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남은 시간 동안 각 후보자들은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통하여 유권자인 체육인들에게 자신의 공약과 포부를 제시하고 설득하므로 체육인들로 하여금 누구의 어떠한 공약과 포부가 현재 대한체육회가 처해 있는 현실문제를 타파 하는데 가장 유효하고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선택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체육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거듭날 것을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