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영웅 류한수, 선수 은퇴…전주대 코치로 새 출발

연합뉴스 2024-12-27 10:00:21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2차례씩 우승한 마지막 에이스

"한국 레슬링 방향 설정 다시 해야…외국 훈련법 배워야 한다"

레슬링 전 국가대표 류한수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레슬링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끌었던 '악바리' 류한수(36)가 매트를 떠난다.

류한수는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예전부터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고, 최근 목 부상이 심해지면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류한수는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전주대에서 코치로 활동하게 됐다"며 "올림픽 메달 없이 은퇴하게 된 것이 아쉬운데, 그 한을 제자들이 풀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류한수는 국제 경쟁력을 잃어가던 한국 레슬링의 희망이었다.

그는 무명이었던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우승하며 한국 레슬링계를 뒤흔들었다.

당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류한수는 파죽지세로 결승에 진출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슬람베카 알비예프(러시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14년 만이었다.

류한수는 거침이 없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가볍게 우승했고,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다시 정상에 올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4개나 따냈다.

경기 후 기진맥진한 류한수

류한수는 대표적인 노력파 선수였다.

그는 엄청난 노력으로 손기술을 끌어올렸고, 세계 최고 수준의 스탠딩 기술로 정상에 올랐다.

류한수의 정신적 동반자이자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현우(은퇴)는 과거 "레슬링 선수들의 훈련량은 타 종목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편인데, (류)한수 형의 훈련량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라고 말했다.

혹사에 가까운 훈련으로 몸이 성할 날은 없었다.

2008년과 2010년엔 왼쪽 팔꿈치 인대를 크게 다쳤고, 이후엔 어깨, 허리, 목 부상에 시달렸다.

류한수는 부상 여파에도 2024 파리 올림픽 쿼터 대회 출전권이 걸린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마지막 목표였던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세월과 부상 여파가 발목을 잡았고, 그의 여정은 마무리됐다.

그는 "선수 시절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삼성생명 김인섭 코치님이 큰 힘이 됐다"며 "김 코치님은 보잘것없는 저를 거둬주시고 좋은 선수로 만들어주신 스승님"이라고 말했다.

레슬링 국가대표 류한수

류한수는 지도자로서 포부도 밝혔다.

그는 "지금 한국 레슬링계가 매우 어렵다"라며 "지금은 더 열심히, 더 독하게 훈련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방향 설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과거의 영광에 도취해 예전 훈련법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훈련법과 관리법 등을 배우고, 도입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지도자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레슬링은 류한수의 은퇴로 세계 정상에 섰던 간판급 선수가 모두 사라졌다. 마지막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김현우는 지난해 12월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cy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