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전망] 전공의·의대생 돌아올까…1∼2월이 '분수령'

연합뉴스 2024-12-27 09:00:07

2026년도 정원 확정·전공의 추가모집 등 의정 접점 여부 관건

醫 '복귀 명분 찾기'·政 '길 터주기' 주목…의협 회장 선거도 변수

의정갈등 장기화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2024년이 저물도록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이 촉발한 의료 공백과 의료계·정부 갈등 사태는 결국 해를 넘기게 됐고, 전공의 없는 병원과 의대생 없는 의대 현실이 언제 종식될진 여전히 안갯속이다.

늘어난 정원을 반영한 2025학년도 의대 입시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가운데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과 전공의 추가 모집 등이 진행되는 내년 1∼2월이 의료 정상화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 대화 없이 해 넘기는 의정…계엄·탄핵 여파 출구는 어디에

26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8.7%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정원을 3천58명에서 2천명(2025학년도는 1천509명) 늘리기로 한 데 반발해 전공의 집단 사직이 시작된 후 전공의 출근율은 10개월 넘게 한 자릿수다.

내년 3월 수련을 시작할 신규 전공의도 거의 없다.

이달 진행된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선 181개 병원의 모집 정원 3천594명 중 5%인 181명만 선발됐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초반의 의료대란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남은 의료진의 피로는 계속 누적되고 있다. 의대생 공백이 전공의 부족으로, 전공의 공백은 전문의 부족으로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며 의사 배출 절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의료정상화는 언제쯤

사태가 심각한 데도 의정 간 대화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다.

주요 의사단체는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나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채 증원 백지화 주장을 고수해 왔다.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 표현이 담겼던 12·3 비상계엄 사태는 의정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전공의 수련과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내년 3월까진 시간이 많지 않은데, 정부와 의료계 공히 물러날 기미가 전혀 없는 데다 탄핵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 역시 쉽지 않은 탓에 갈등의 출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 논의 핵심은 '2026학년도 정원'…의료계 '0명∼동결' 강경 입장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 명분을 찾으려는 의료계 안팎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 단체 등은 줄곧 증원 백지화와 2025학년도 모집 정지를 요구해 왔는데, 오는 31일 정시모집 개시와 함께 입시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이러한 요구는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된다.

수시 미충족 인원 정시 이월 제한 등 의료계 일각에서 제시한 모집 축소 '대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일관되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자연스럽게 초점이 2025년도에서 2026년도 의대 정원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의대 정원을 논의하는 수급추계위원회 구성 등을 위한 법안 논의도 내달 국회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법안엔 2026년도 '감원' 가능성이 명시돼 있어 의료계 일각의 기대를 받고 있다.

수시→정시 이월인원 이번주 발표, 의대 정시인원 두고 갈등 지속

물론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전공의 복귀 명분으로 작용할진 미지수다.

입시 일정을 고려할 때 2026년도 정원은 내년 2월까진 확정돼야 하는데, 의정 논의가 재개된다 해도 양측 입장차가 커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의대 교육 파탄을 막기 위해 2026년 의대 신입생을 뽑지 말자는 주장부터 2026년엔 2024년 정원 수준으로 동결하고 이듬해부터 증원을 논의하자는 제안까지 내놓고 있다. 이전 정원보다도 덜 뽑자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수급추계위를 통해 2026년도 정원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 수련 특례·입영 문제 등도 관건…의협 집행부 선거 주목

복귀 명분 확보 여부와 무관하게 전공의 복귀를 위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전공의들이 원래 병원으로 돌아와 수련을 이어가기 위해선 특례가 적용돼야 한다.

규정상 전공의들은 사직 후 1년 내 동일 과목과 연차에 복귀할 수 없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것은 지난 2월이지만 사직서 수리 시점은 6월이기 때문에 규정대로라면 내년 3월엔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병원은 다시 겨울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모집 때 한시적으로 예외를 적용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내년 1∼2월 있을 2∼4년차 레지던트 모집에선 수련 특례 적용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복귀 의사를 밝히는 전공의가 늘고 의료계의 요청이 이어지면 특례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사직과 함께 입영 대상자가 된 전공의는 곧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 등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기에 복귀를 위해선 입영 연기 조치가 필요하다.

결국 3월 전공의 복귀를 위해선 1∼2월 중 복귀 길을 터주는 정부 조치가 필수인 셈이다. 전공의 복귀 여부는 의대생 복귀 여부와도 맞물려 있다.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의료계 유일 법정단체 대한의사협회의 회장 선거(1월 초)도 의정 갈등 향방에 중요한 가늠자다. 5명 후보 중 상당수가 강경파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