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 원로들의 고언과 당부…"양극단의 목소리 경계해야"
"당리당략 버리고 정치권이 민생 위해 초당적 협력에 나서달라"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조다운 안정훈 기자 = 22대 국회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임기 첫해를 마무리하고 2025년을 맞게 된다.
격동의 정치사 한 가운데에서 국회를 이끌었던 전직 의장들은 27일 "지금은 정치권이 두 팔을 걷어붙여 국가적 위기에 대처해야 할 때"라며 '의회 민주주의의 복원'을 강조했다.
이들은 여야가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현재의 정치 문화를 혁파하고 양극단의 목소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정치권이 민생을 위해 초당적 협력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전직 국회의장들이 여야 정치권에 보내는 고언과 당부이다.
◇ 김형오 "여야, 서로를 증오의 대상으로 생각해선 안돼"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 의장은 "상대를 '증오의 대상'으로 낙인찍는 정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전 의장은 "여야가 상대방을 완전히 적으로,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역대 정치에서 이런 적이 없다.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전 의장은 "현 상황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1을 쥐고 있으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를 쥐고 있는 형국"이라며 "민주당이 인색한 정치를 해선 집권당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 정치는 더 꼬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 박희태 "서로 자기 뜻만 펼치면 정치 제대로 이뤄질 수 없어"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희태 전 의장은 '정치는 타협'이라는 불문율을 되새겨야 한다고 정치권에 주문했다.
박 전 의장은 "서로 자기 뜻만 펼치려고 하면 타협도 안 되고 정치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정치는 타협이고, 타협 없는 정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해에는 여야가 토론과 화합 속에서 좋은 정치를 펼쳐주기를 우리 국민 모두와 함께 기원한다"고 말했다.
◇ 정의화 "극단의 목소리가 다수의 목소리로 포장돼선 안돼"
19대 국회 후반기를 이끈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반복되는 극한의 대립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수결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전 의장은 "소수의 극단적 목소리가 다수의 목소리로 포장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답을 찾아갈 때 진정한 의회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정 전 의장은 "내가 외과 의사 출신인데, 외과에서는 '가위로 자를 때 5번 생각하고, 칼로 자를 때 10번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면서 "의원들이 표현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사용해야 제대로 된 의회 민주주의가 정착하고 국민도 국회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세균 "지금 국회는 전쟁터…정치권이 의회주의 복원해야"
20대 국회 전반기의 입법부 수장이었던 정세균 전 의장은 "여야 간 불신이 너무 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 전 의장은 "정치권이 의회주의로 되돌아와 대화와 타협을 복원해야 한다"며 "지금 국회는 전쟁터가 돼서 정치를 하는지 전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장은 "주권자인 국민들이 잘 판단을 해주셔서, 대화를 잘하는 좋은 정치인은 키우고 그렇지 못한 나쁜 정치인은 혼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문희상 "제왕적 대통령제 손보는 개헌 나서야"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문희상 전 의장은 '정치의 붕괴 현상'을 짚으면서 "민주주의는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서로 주장만 하고 우기는 가운데 민주주의는 죽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차기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신속하게 정치권이 개헌 작업에 나서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전 의장은 "역대 의장들은 모두 개헌론자였기 때문에 이미 개헌안이 만들어져있다"며 "내각제든, 책임총리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쪼개는 작업부터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병석 "당리당략 접고 민생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21대 전반기 국회를 이끈 박병석 전 의장은 "지금은 정치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치를 왜 하게 됐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때다. 정치적 테크닉(기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나 비상계엄 사태 수사는 헌법재판소와 각종 수사기관에 맡기면 된다"며 정치권은 민생 문제를 위해 초당적 협력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을 거론하며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지금이야말로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자신들의 집권을 위한 당리당략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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