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2025년은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함께 시작한다.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정식 변론이 시작되고 늦어도 여름 전에는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을 파면할지, 탄핵소추를 기각할지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 비상계엄에 급출발한 탄핵 열차…'계엄 당위성' 두고 격론 전망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은 지난 14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핵소추안은 비상계엄 선포·유지·해제 과정에 윤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이번 비상계엄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 선포 요건에 맞지 않고, 포고령 1호에서 국회의 정치 활동을 제한한 것도 위헌적이라는 게 국회 탄핵소추안의 입장이다.
계엄사령관의 관할 밖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무장 군인들을 난입시킨 것, 정치인 등을 현행범 체포하려 시도한 것도 탄핵 사유에 포함됐다.
반면 윤 대통령은 '야당의 폭주에 맞서 불가피한 경고성 조치'이자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는 입장이다. 계엄 선포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헌재 심판정에서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헌재는 양쪽의 주장과 증거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정한 뒤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법률·헌법 위반 행위가 무엇인지를 가리게 된다.
계엄 선포와 포고령 1호 발령, 국회·선관위에 대한 무장 군인 투입과 정치인 체포 시도 등이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이뤄졌는지, 그 과정과 결과가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지가 일차적 판단 내용이다.
계엄 선포의 명분이 됐던 '부정선거론'의 신빙성과 이를 이유로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합당한지 여부도 헌재의 심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후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에서 정립한 '중대성'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심사한다.
즉 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어긴 정도가 중대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탄핵이 필요한지를 따진다.
탄핵 대상자에게 내리는 헌법적 징벌인 '파면' 결정이 '법익 형량의 원칙'에 맞는지도 판단 요소다.
헌재는 대통령의 잘못이 중대해 그를 파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반대급부로 발생할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고 본다.
◇ 수십명 증인에 매주 재판 불가피…4월 전에는 결론 내릴 듯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재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의결서가 12월 14일 헌재에 접수됐기에 이 경우 내년 6월 12일까지가 기한이지만, 이 기간이 지나더라도 선고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실제 심리 기간은 그보다 짧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으로 혼란이 이어지는 만큼 가급적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올해 4월 18일 전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전례를 보면 사건 접수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다.
헌재는 8년 전 열린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참조해 향후 변론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준비절차를 3회, 정식 변론을 17회 열었고 25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저녁까지 이어지는 장시간의 변론이 일주일에 2∼3차례씩 열리기도 했다.
이번 사건도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계엄에 관여한 전·현직 군인과 경찰 등 다수의 증인이 심판정에 출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재판을 지연하려고 하거나, 현재 공석인 재판관 3명이 취임하지 못할 경우 결론이 늦어질 가능성은 있다.
헌재는 지난 16일부터 윤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절차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보냈으나 송달에 실패했다. 대통령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해서다.
헌재는 '발송 송달'을 통해 우편이 도달한 시점에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후속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윤 대통령 측이 계속해서 협조하지 않으면 심판 절차의 지연은 불가피하다.
김용현 전 장관 등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거나 형사 재판을 이유로 진술을 거부한다면 사실관계 확정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재판관 3명의 합류 시점도 변수다. 헌법에 따른 헌법재판관 정원은 9명이지만 지난 10월 퇴임한 재판관들의 후임이 취임하지 못해 현직 재판관은 6명뿐이다.
국회는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전날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임명하겠다"며 사실상 즉시 임명을 요구한 야당 요구를 거부하면서 상황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민주당이 곧바로 탄핵안 제출 및 보고 절차를 밟아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서 새 재판관 3명의 취임도 당분간 불투명한 상태로 남게 됐다.
헌재는 재판관 6명으로도 심리와 변론이 모두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종적인 심판 선고까지 6명이 할 수 있는지,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 사안을 6명이 결론 내리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헌재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우선 6인 체제 아래 사건을 계속 심리하되, 후임 재판관이 언제 합류하느냐에 따라 최종 선고일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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