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남한 대 북한 종합군사력은 1 대 100…남한 완전 열세"

연합뉴스 2024-12-27 00:00:17

"북한, 핵탄두 90∼100기 정도 보유…군사력 비교불가 수준"

"미국, 자국민 수십만명 희생하면서 남한 구하기 불가능하다"

"남한, 자체핵무장 외에는 방법 없다"…정성장 세종연구소 센터장 인터뷰

[※ 편집자 주=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인터뷰는 분량이 많아 세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첫 번째 기사로 남북한의 군사력, 한반도에서 핵전쟁 가능성 등을 다뤘습니다. 다음 주 후반에 나가는 두 번째 기사는 핵무기의 파괴력, 그다음 주에 나가는 세 번째 기사는 남한의 자체 핵무장 능력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개인의 성장 스토리와 개인 사진 등이 들어갑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재래식 무기 기준으로 올해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5위, 북한은 36위입니다. 남한이 압도적 우위입니다. 그러나 핵무기까지 포함하면 남한 대 북한의 종합 군사력은 1 대 100 또는 1대 1000입니다. 남한이 북한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는 비교 불가이기 때문입니다. 남한이 자랑하는 현무 미사일이 막강하다고 하지만, 1천기는 있어야 북한의 전술 핵탄두 1기 정도의 위력이 됩니다. 핵무기는 도시 자체를 증발시키는 절대무기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지난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한-북한의 군사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남한의 지방 한 곳을 전술핵으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남한을 지켜주기 위한 핵 보복을 결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서 미국 뉴욕이나 LA,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자국민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을 희생하면서까지 남한을 구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한 스스로 핵무장을 해서 북한과 핵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정 센터장은 "우리 국민의 70% 안팎이 자체 핵무장에 동의하고 있다"면서 "남한의 핵무장에 대해 열린 입장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을 우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는 전략핵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거리가 짧은 저위력 핵무기로 단거리 미사일, 화포, 비행기 등이 주요 핵탄두 투발(보내는) 수단이다. 핵 배낭, 핵 지뢰, 핵 어뢰 등도 전술핵무기에 해당한다. 남한에 배치됐던 미군의 전술핵무기는 1991년에 모두 철수됐다. 북한은 2022년부터 남한과의 접경지역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1963년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나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성장했다.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낭테르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세종연구소에서 북한 정치와 군사, 남북 관계, 통일문제 연구에 집중했고,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핵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10월에는 한국핵안보전략포럼을 창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한 어린 시절 정성장 센터장

-- 고향은 어디인가.

▲ 전라남도 완도에서 1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그곳에서 3∼4살 때까지 살다가 영암으로 이사를 했다. 우리 가족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영암에서 서울로 이사 왔다.

-- 아버지는 왜 완도를 떠났나.

▲ 완도에서는 생활이 어려웠다. 1960년대 어촌의 고기잡이배는 대체로 조그만 목선이었다. 고기잡이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아서 마을 사람들은 농사도 지었다. 완도에는 농토가 별로 없으니 깊은 산속까지 들어가서 밭을 일구어야 했다. 그러니 생활이 힘들었을 것이다.

-- 아버지는 서울에서 무슨 일을 하셨나.

▲ 주택을 지어 파는 건축업을 하셨다. 아버지는 부지런한 분이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누구보다도 먼저 건축 현장에 도착하셨다. 두뇌가 명석하셔서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았고 습득이 빨랐다. 건축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직접 설계까지 하셨다.

--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나.

▲ 아버지 건축업을 옆에서 도우셨다. 성품이 온화하시고 잘 베푸셔서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집에 오는 사람은 누구라도 꼭 밥을 먹여 보내셨다. 그런 어머니의 인품 덕분에 아버지 사업이 어려웠을 때 주변 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자식들도 항상 칭찬으로 키워주셨다. 어머니가 내게 가장 많이 하신 말은 '너를 믿는다'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의 정성장 센터장

-- 본인은 학창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

▲ 대학 시절 독서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선배들이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빠져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 당시 젊은 학생들로서는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 문제를 폭력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평화주의자이고 자유주의자다. 폭력보다는 점진적으로 개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선호한다. 당시 한국의 사회문제와 노동문제가 심각했지만, 폭력혁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억압은 또 다른 억압을 부르기 때문이다. 폭력혁명은 나에게 어떤 이유로든 용납되지 않았다. 변화도 민주주의 방식으로 선거에 의해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군부독재는 잘못된 것이 분명하지만, 학생운동권이 추구했던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그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대학 학부 생활 4년 내내 한국의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며 보냈다.

-- 프랑스로 유학을 간 이유는.

▲ 당시 한국에서는 군부독재 상황이어서 볼 수 있는 책이 제한돼 있었다. 자유로운 토론도 불가능했다. 내가 해외 유학을 결정한 이유다. 프랑스에서는 '톨레랑스'라는 표현처럼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해주고 관용하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나는 1986년 가을 프랑스로 떠났다.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 3 발사 장면

-- 본인은 언제부터 남한의 핵무장에 관심을 가졌나.

▲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부터다. 수소폭탄 실험이었다. 수소폭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10배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 무력이 남한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는 뜻이다. 한국은 자체 핵무장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나는 판단했다. 핵 균형을 이뤄야 한반도에 평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 남한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으면 핵 균형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받을 때 미국이 즉각 핵무기로 보복한다면 핵 균형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으로 대응하겠다" 정도로만 밝혔다. 핵무기로 보복하겠다고 명확하게 약속하지 않고 있다.

-- 미국이 왜 핵 보복을 못 하나.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서 뉴욕이나 워싱턴, LA를 향해 쏘겠다고 협박하면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공격하기 어렵다. 1960년대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에 나서자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소련의 핵 공격으로부터 프랑스를 지켜줄 것인데 꼭 핵을 가져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드골은 "파리의 시민을 구하기 위해 뉴욕의 시민을 희생시킬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케네디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한미 핵협의그룹 회의 모습

-- 한미 정부는 2023년 핵협의그룹(NCG)을 발족해서 북한의 핵 공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 한미 당국은 구체적인 핵 보복 계획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한국의 특정 지방에 전술핵을 떨어트리면 어떻게 대응할지, 시나리오별 세부 작전계획이 수립돼야 하는데 그게 없다. 그러다 보니 '압도적으로 대응한다' 정도의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다.

-- 왜 세부적인 작전계획이 없나.

▲ 핵 보복은 미군의 전략사령관이나 합참의장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만이 승인할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자국민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구체적인 핵 보복 플랜을 한미 연합 작전계획에 넣을 수 없는 것이다.

-- 한미 NCG 당국자에게 확인해봤나.

▲ 군사 기밀이니 당국자가 공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핵 보복을 위한 구체적인 작전계획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NCG에 기대했다가 실망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 미국 대통령은 여론을 중시할 듯한데.

▲ 작년에 미국의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남한이 북한으로부터 공격받을 경우 미국이 도와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민주당 지지자들의 절반 이상이 도와야 한다고 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절반 이상이 도와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4년마다 대통령선거가 있다. 미국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정서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 초대형 방사포 발사 모습

-- 미국은 방공망(MD. Missile Defence) 시스템을 통해 공중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았나.

▲ 미국의 방공망 시스템 테스트는 날아오는 미사일의 방향까지 사전에 알고 요격하는 것이다. 실전에서는 예고 없이 다량의 미사일이 쏟아지는데, 이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2017년 북한-미국의 긴장이 한창 고조됐을 때 미국 국방장관이 집에도 가지 못하고 장관실에서 "제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밥 우드워드의 저서 '분노(RAGE)'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미국 국방 장관이 미사일 요격에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우드워드는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 2003년 '9.11 테러' 연속 보도로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유명 언론인이다.

-- ICBM이 대기권에 들어오면서 여러 개 핵탄두로 분리되는 '다탄두 방식'이면 더욱 요격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 기존의 미국 MD 시스템으로는 다탄두 방식의 ICBM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다탄두 방식 ICBM 기술을 획득할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우려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하면서 러시아에 이런 기술의 전수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개발했다는데, 사실인가.

▲ 거의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음속보다 5배 이상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의 이 미사일은 남한의 어떤 지역에도 1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가진 나라는 중국, 러시아에 이어 북한이 세 번째다.

-- 북한이 남한을 향해 일반 미사일과 핵탄두 미사일을 섞어 쏠 수 있다고 하는데.

▲ 북한이 전방에 배치한 초대형 방사포를 통해 일반 방사포탄과 전술핵탄두가 탑재된 방사포탄을 섞어 쏘면 구별하기 어렵고 모두 요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특히 저고도로 날아오는 방사포탄이나 미사일은 막아내기가 더욱 어렵다

북한 ICBM '화성포-15형' 발사 훈련

-- 재래식 무기에서는 남한이 북한을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 각국의 군사력을 측정하는 비정부 기구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북한 재래식 무기 군사력은 세계 36위로, 작년의 34위보다 2단계 낮아졌다. 한국은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1위는 미국이고 러시아, 중국, 인도가 2∼4위를 차지했다. 영국은 6위, 일본과 프랑스는 공동 11위, 독일은 19위다. 주의해야 할 것은 재래식 무기만으로 군사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핵무기 능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핵무기 강국으로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이 있고 그다음으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있다. 재래식과 핵무기를 합한 군사력으로는 북한이 세계에서 8∼9위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한다.

-- 북한의 종합군사력은 남한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 남한의 100배, 1000배 이상이라고 본다. 남한의 재래식 무기는 북한의 핵무기 앞에서는 무기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맹위를 떨치다 핵탄두 2개를 맞고는 곧바로 항복하지 않았는가. 남한이 자랑하는 현무 미사일은 1천기 정도는 있어야 북한의 전술핵무기 1기 정도의 위력을 갖는다. 한마디로 비교 불가다.

--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어느 정도로 추산하나.

▲ 현재 북한이 90∼100기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러시아가 5천800여기, 미국 5천200여기, 중국 400여기, 프랑스 290여기, 영국 220여기, 파키스탄 170여기, 인도 160여기, 이스라엘 90여기다. 북한은 2030년까지 200∼300기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영국, 프랑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싱크탱크들은 북한이 핵탄두 300∼500기를 목표로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한다. 미국 본토와 일본, 한국에 동시 발사하려면 그 정도의 핵탄두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제1연평해전 중인 남한-북한 해군

-- 북한이 남한을 향해 핵무기를 쏘는 상황이 있을까.

▲ 상당수 사람은 "북한이 미치지 않았다면 남한을 향해 핵무기를 발사할 리 없다"고 말한다. 핵무기를 사용하면 북한 정권 붕괴를 초래하므로 그럴 가능성이 제로라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군과 북한군 간의 국지전이 핵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

--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하나.

▲ 서해 NLL(북방한계선) 부근에서 과거의 연평해전처럼 남북한 해군이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재래식 무기로 싸움이 붙으면 북한 해군은 남한 해군을 이길 수 없다. 북한은 백전백패다. 남한 해군은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컴퓨터에 의한 자동 조준으로 포를 발사해 적선을 명중시킨다. 북한 해군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 수동으로 조준해야 하니 완패할 수밖에 없다. 그 경우에 북한군 지휘관이 전술핵무기로 보복하자고 건의하면 김정은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용하지 않으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휴전선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에도 북한은 재래식 무기에서 남한과 상대가 되지 않으니 전술핵무기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 북한이 핵 공격을 한다면 서울이 아닌 지방 소도시가 1차 타깃이 되나.

▲ 서울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대사관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대사관들이 많이 있다. 그러니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을 공격 대상으로 검토할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협박 카드로 사용하려면 서울보다는 지방 소도시가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쿄가 아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터트리고는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해안은 중국에 가까우니 남한의 동해 쪽 지방 소도시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북한이 처음에 공개한 김정은 주재의 핵 운용 작전회의 사진을 보면 남한의 동해 쪽 지도를 걸어놓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북한이 일부러 그 지도를 걸어놓은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우크라이나의 눈물

-- 국민 여론조사를 하면 70% 안팎의 사람들이 남한의 핵무장에 대해 동의한다고 하는데.

▲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남한의 자체 핵무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었다. 전문가 그룹에서도 30% 이상이 자체 핵무장에 동의하고 있다. 우파뿐 아니라 좌파 진영에서도 남한의 핵무장에 동의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체 핵무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인가.

▲ 러시아, 미국, 영국 등은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면 영토의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아무도 우크라이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하자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 침공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남한의 상당수 전문가가 이제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는 이유다.

-- 북한이 남한에 대한 핵 공격 의지를 드러낸 것도 남한의 자체 핵무장 여론을 높인 듯하다.

▲ 북한은 2022년부터 전술핵을 휴전선 근처 남쪽 전방에 배치하고는 남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남한을 대상으로 핵 위협을 시작한 것이다. 남한에서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이 한반도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듯하다.

▲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은 혼선이 많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이 180도 바뀐다면 주변국들이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전문가들의 책임도 크다. 전문가들부터 진보-보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대화하고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 보면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