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더 커진 판에서 다시 펼쳐지는 '오징어 게임'이 시즌2로 돌아왔다. 앞선 시즌에서 돋보였던 파스텔톤의 동화적 미장센과 캐릭터마다의 개성은 고스란히 가져오면서도 스토리에 깊이를 더한 모양새다.
미국행을 포기한 성기훈(이정재)는 상금 456억을 자본으로 게임을 없애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먼저 자신이 빚을 졌던 대부업체를 고용해 게임 모집책인 공유를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기훈과는 다른 방식으로 게임의 장소를 찾던 경찰 황준호(위하준)와 공조하게 되고 기훈은 다시 한번 456번으로 게임의 참가자가 된다.
또다시 녹색 추리닝을 입게 된 기훈은 앞선 게임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죽은 것을 기억하고 과거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난 게임에서는 단 한번 주어졌던 게임 포기의 룰이 매 게임마다 적용되고 기훈은 참가자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포기를 설득하지만 오히려 O, X 패가 양쪽으로 갈리며 분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런 와중에 게이머인 척 몰래 잠입한 프런트맨(이병헌)과 속모를 행동들로 판을 흔드는 진행요원 11번(박규영), 몰래 장기를 적출해 이익을 챙기는 무리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가 촘촘하게 연결된다.
'오징어게임2'는 이정재에 의한, 이정재를 위한 게임이었다. 시즌 1에서는 참가자들의 관계성과 게임 진행에 몰입했다면 이번 시즌은 더 나아가 이정재를 중심으로 한 서사의 흐름에 더 집중됐다. 그런 와중에도 주요 캐릭터마다의 개성은 맛깔나게 살려냈다.
신빨 떨어진 무당 역의 채국희, 독특한 경력을 가진 트랜스젠더 현주 역의 박성훈, 의리의 해병대 대호 역의 강하늘, 모자(母子)가 나란히 참가한 금자 역의 강애심과 용식 역의 양동근, 시종일관 랩으로 말하는 타노스 역의 최승환(탑), 망한 코인 투자 유튜버 명기 역의 임시완과 전 여친 준희 역의 조유리, 성기훈의 친구이자 호쾌한 성격인 정배 역의 이서환 등의 개성이 도드라진다. 여기에 전작에서 딱지치기만 하던 공유는 한층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거듭났으며, 미스테리한 인물이었던 이병헌은 그의 과거를 짐작케 하는 서사가 등장하며 이정재와 더욱 농밀한 관계성으로 얽힌다.
색다른 게임들의 등장과 대규모 총격전도 볼거리다. 나란히 서서 다리를 묶는 5인 6각 게임, 딱지치기, 공기놀이, 비석치기, 팽이 돌리기, 제기차기, 짝짓기 등 향수 가득한 게임들이 등장하고 후반부에는 대규모 총격전으로 짜릿한 긴장감을 안긴다. 한국적인 요소들도 곳곳에 배치돼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친숙함을,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이국적인 매력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재가 연기한 '성기훈'의 올곧은 정체성과 게임에 참가한 이병헌의 검은 속내, 공유의 광기 어린 캐릭터성이 돋보이는 시즌이었다. 단점은 서사가 완성되지 않은 채 시즌 3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7시간이 훌쩍 넘는 시리즈를 모두 본 뒤에는 이어질 다음 편을 갈망하게 된다. 시즌 3은 현재 제작 중이며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오징어게임2'는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편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