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과 닮은 듯 다른 '오징어 게임2'…숨은 참가자·게임 변주

연합뉴스 2024-12-26 18:00:24

게임 참가한 '001번' 프론트맨에 탈북민·소수자 캐릭터도 등장

철없던 얼굴 벗어던지고 진지해진 성기훈…내부에서 외부로 향한 칼끝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는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전작의 후광 속에서 탄생했다.

그만큼 많은 주목을 받게 됐지만, 시즌1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난제를 안았다.

이 가운데서 '오징어 게임2' 제작진이 선택한 방법은 '변주'로 보인다. 등장 캐릭터와 게임 등은 시즌1이 연상되도록 겹치게 배치하고, 대신에 주인공의 성격과 이야기의 방향성을 비틀었다.

앞서 23일 언론 대상 시사회에서 미리 만난 '오징어 게임2' 전편을 토대로 시즌2가 시즌1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 짚어본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

먼저 시즌2의 참가자 456명 가운데 시즌1과 겹치는 인물은 성기훈(이정재 분) 한 명이지만, 역할이나 설정 면에서 전작과 닮은꼴들이 눈에 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기훈이 참가자 중 가장 마지막 번호인 456번을 차지했다면, 맨 첫 번호인 001번은 게임 주최자 오일남에서 이번에는 프론트맨(이병헌)에게로 넘어갔다.

게임을 만들거나, 운영하는 인물들이 참가자로 위장해 직접 게임 속에 들어온 뒤 기훈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설정이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프론트맨은 오영일이라는 가명으로 게임에 참가하며, 표면적으로는 성기훈과 같은 편에 서지만 동시에 기훈의 바로 옆에서 끊임없이 그에게 속삭인다.

"대의를 위해서 작은 희생을 감수하자는 것이냐?", "(투표에서) 설득이 안 되면 멱살이라도 잡는 게 기훈 씨가 원하는 것이냐?"라는 그의 질문은 게임을 완전히 끝내려 재참가를 결정한 기훈의 이상주의를 흔든다.

'오징어 게임2'의 프론트맨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비중 있는 역할로 배치한 것도 비슷한 점이다.

시즌1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가 있었다면, 시즌2에서는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 현주(박성훈)가 활약한다.

둘 다 선한 성품의 인물로, 자신이 가진 힘과 능력을 남을 구하는 상황에서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시즌1에 등장했던 탈북민의 이름이 새벽(정호연)이었다면, 이번에는 탈북민 노을(박규영)이 등장한다는 점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둘 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찾기 위해 절박한 탈북민 여성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게임 참가자가 아니라 병정으로 참여했다.

철없는 아들과 그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라는 모자 관계는 게임 밖에서 안으로 갖고 들어왔다.

시즌1에서 노름 빚을 진 기훈과 그를 타박하면서도 외면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시즌2에서는 함께 게임에 참여한 장금자(강애심)-박용식(양동근) 모자로 변주됐다.

이외에도 마약 중독자 래퍼 타노스와 100억원의 빚을 지고 들어와 게임의 속행을 원하는 100번의 모습에서 같은 편을 이용하고 가차 없이 버리던 시즌1 깡패 장덕수의 모습이 비친다.

'오징어 게임2'에 참가한 장금자-박용식 모자

참가자뿐만 아니라 게임도 시즌1의 연장선에 있다.

첫 게임은 전작과 동일하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했고 두 번째 게임은 딱지치기와 비석 치기, 공기놀이, 팽이, 제기차기 등을 한꺼번에 녹인 5인 6각 운동장 돌기, 세 번째 게임은 짝짓기 게임을 배치했다.

모두 한국의 1970∼1990년대 어린이들이 동네 운동장이나 골목에서 한 번쯤은 해본 놀이다.

무지개색으로 달리기 선이 그어진 대형 운동장, 동요 '둥글게 둥글게'에 맞춰 돌아가는 대형 회전목마 판 등 큰 장치를 이용해 규모를 더 키웠다.

5인 6각 게임에서는 다 함께 응원하는 모습을 넣어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분위기를 불어넣었다가, 실패하면 총살하고 피 웅덩이가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다음 참가자들이 게임을 이어 나가는 모습으로 기괴함을 더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주인공 성기훈

그렇다고 '오징어 게임2'가 시즌1의 동어반복은 아니다.

먼저 주인공 기훈의 변화가 눈에 띈다.

과거 철없고 천진난만하던 얼굴을 버리고, 시종일관 미간을 찌푸린 진지한 인물로 재탄생했다.

시즌1에서는 게임 참가자 사진을 찍을 때 '스마일'이라는 음성에 맞춰 활짝 미소 지었다면, 시즌2에서는 카메라 렌즈 너머를 노려보듯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을 남긴다.

본래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인물이어서 때로는 자기 목숨을 위해 다른 참가자를 외면하기도, 배신하기도 했다면 이번에는 선함과 이상주의의 대변자로 변모했다.

일례로 시즌1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총에 맞은 채 애원하는 다른 참가자를 외면했다면, 시즌2에서는 같은 게임, 같은 상황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다른 이를 구하러 간다.

'오징어 게임2' 참가자 김준희

가장 큰 변화는 게임 참가자들끼리의 싸움에서 벗어나 참가자와 관리자, 그 너머의 주최 측과의 대결로 구도를 바꾸었다는 점이다.

기훈은 게임 참가자 사이에서 넘실대는 살의를 게임 밖으로 돌린다. 참가자들과 연대해 시스템과 규칙을 깨고 관리자를 공격하러 나선다.

시즌1이 '기훈이 어떻게 이 게임에서 우승하느냐'라는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기훈이 어떻게 이 게임을 멈추느냐'라는 이야기가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시즌1과 시즌2의 게임 설정과 캐릭터가 겹쳐 그 시작은 비슷할지 몰라도, 가고자 하는 길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익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살리려고 한 제작진의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황동혁 감독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시즌을 반복할 때 신경 쓴 부분은 익숙한 공간을 식상하지 않게 변형시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 한 것"이라며 새로운 느낌을 자연스럽게 입히려 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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