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교육자료 규정법안 재의요구 건의…정치와 정책 구분"

연합뉴스 2024-12-26 18:00:17

이주호 교육장관 긴급 브리핑…"충분한 논의·조정 없이 본회의 통과 유감"

탄핵정국 속 재의요구권 부담 지적에 "추진해야 할 정책은 계속할 것"

초·중등교육법 브리핑하는 이주호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재의요구를 건의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이 부총리는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충분한 논의와 조정 없이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브리핑에서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만 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우선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는 무상·의무교육 대상이 아니어서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시도별·학교별 재정 여건 등에 따라 학습 격차 등 교육 격차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자료는 국가 수준의 검정 절차 및 수정·보완체계 등을 거치지 않아 내용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질 관리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교육자료는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접근성 조치나 이주 배경 학생을 위한 번역 기능, 학생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조치 등이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도입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교원 연수, 디지털 인프라 개선 등 많은 준비가 이뤄진 상황에서 AI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변동되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했다.

특히 부칙에 따라 이미 검정에 통과한 AI교과서도 소급 적용돼 헌법상 신뢰 보호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AI디지털교과서 체험하는 초등학생들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AI교과서를 일괄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당 주도로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연달아 통과하자 더불어민주당에 AI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되 2025년은 희망하는 학교만 자율적으로 선정·활용하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부총리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AI교과서의 법적 지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며 그럼에도 개정안이 본회의에 가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드러냈다.

그는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법률을 집행하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재의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며 "(AI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는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행·재정 지원 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함께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한 상황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 않으냐는 지적엔 "총리도 지난번 몇 가지 법안을 재의 요구하면서 강조했던 것이 정치와 정책을 구분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정치적 상황이 어려우나 정책적으로 지속성을 가지고 법과 원칙에 맞춰 추진할 정책은 정치와 분리해서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겨울방학 중 재의요구에 대한 재표결 결과가 이뤄질 텐데 불확실성으로 인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알기로는 보름의 기간 내 재의가 되기 때문에 최대한 혼란이 없게 하겠다"고 답했다.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