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기존에 통화 위주로 활용하던 휴대전화에 컴퓨터의 기능이 결합한 스마트폰이 발명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컴퓨터가 생산하는 각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 환경이 이루어진 덕분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어디에나 존재하는'을 의미하는 라틴어 'ubique'를 어원으로 한다. 그리고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란 '(신은) 어디에나 널리 존재한다'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Ubiquitous'와 컴퓨팅이 결합한 단어로 '언제 어디서든 어떤 기기를 통해서도 컴퓨팅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 칼럼에서 밝혔듯이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서 개인은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네트워크에 접속해 다양한 정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네트워크 내에서 개인과 개인의 접속은 물론이고 개인과 사물의 접속도 가능해진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도시 전체로 확대되면 도시 내에서 빌딩들이 네트워크화돼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연동될 수 있다. 즉, 컴퓨터와 정보 통신 기술이 통합한 다양한 기기와 사물에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접속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유비쿼터스는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현재 유비쿼터스는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너무나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금융, 쇼핑, 교육, 경제활동을 하고, 회사에서 업무를 보며, 집 안의 가전제품을 제어한다.
◇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반적으로 유비쿼터스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8년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컴퓨터 공학자인 마크 와이저(Mark Weiser) 박사가 차세대 컴퓨팅 비전을 제시하며 유비쿼터스의 개념을 사용했다.
그런데 사실 유비쿼터스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등장한 개념이다. 1974년에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한 세미나에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였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우리는 유비쿼터스적인(어디에나 존재하는) 분산된 형태의 컴퓨터를 보게 될 것"이라고 최초로 언급했다. 게다가 그는 이미 "컴퓨터가 장난감, 아이스박스, 자전거 등 가정 내 모든 물건과 공간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도 예견했다.
유비쿼터스는 새롭게 창조한 용어가 아닌 기존에 있던 말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재해석한 용어로 볼 수 있다. 유비쿼터스는 원래 신학 용어인 '옴니프레젠스'(omnipresence)에서 유래했다.
'신은 모든 곳에 계신다'라는 뜻의 이 말이 현대의 컴퓨터 네트워크 환경과 결합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컴퓨터 네트워크와 접속하고 활용할 수 있다'라는 의미로 확장된 것이다.
유비쿼터스의 개념이 신학에서 유래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는 '신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라고 믿었기에 인간은 늘 신과 접속하기를 바랐다. 이러한 바람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십자가나 묵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십자가나 묵주와 같은 종교적 상징물들은 인간이 신과 접속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유비쿼터스였다.
◇ 유비쿼터스에서 메타버스로
현대적인 의미든 과거의 철학적인 의미든, 유비쿼터스는 '언제 어디서나 가상의 세계'를 구현해주는 환경이다. 과거 중세 사람들은 신은 언제 어디에나 늘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십자가를 들고 기도하는 순간 신과 교감하면서 가상 세계인 신의 세계로 접속한다고 믿었다. 결국 십자가는 하나님이라는 가상 세계로 접속하는 하나의 매개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은 여러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특정한 가상 세계로 접속할 수 있다. 과거 기독교인들이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의 가상 세계를 만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결국 십자가나 묵주 같은 종교적 상징물은 지금의 스마트폰과 같이 가상 세계와 연결하는 장치로도 해석될 수 있다. 최근에는 더욱 진화된 VR과 AR 기기를 통해 보다 생생한 유비쿼터스를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유비쿼터스는 역사적으로 전혀 새롭거나 낯선 개념이 아니다. 과거의 십자가나 묵주 등 아날로그적 방식의 유비쿼터스 개념과 환경이 인류의 끊임없는 상상과 노력으로 지금은 디지털 방식의 유비쿼터스와 네트워크 환경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 인류는 끊임없이 상상력을 더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접속하고 연결하는 효과적인 장치이자 환경인 메타버스를 구현해내고 있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 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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