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정책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야는 ‘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10~20%의 관세 부과 방침은 국내 완성차 기업의 글로벌 전략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트럼프와 같이 일했던 성 김 사장 등을 앞세우고 조지아 신공장 등 미국 내 생산을 준비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 “보편관세 20% 적용시 현대차·기아, 이익 19% 감소”
26일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2.0 정책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자동차 분야가 유일하게 ‘Negative(부정적)’으로 평가됐다.
보고서에서는 “‘미국우선주의’로 대변되는 트럼프 2기 정부 정책으로,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부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트럼프 통상 정책이 보편 관세를 적용할 시 10~20%의 관세가 적용돼 국내 완성차 업계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 10~20%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향 수출 제품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나온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 기아의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은 미국이 가장 많다. 지난 2023년 기준 220만대 중 42%인 92만대가 미국 수출로,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이 보편적 관세 20%를 부과하게 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EBITDA는 최대 19%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BITDA는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를 빼기 전의 영업이익을 말한다.
■ 멕시코 생산품, 25% 관세 가능성…한-미FTA도 재협상 우려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도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후 기존 무관세였던 멕시코, 캐나다 수입 상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회 수출로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 나온다. 한국은 미국의 관찰 대상국 명단에 포함돼 재협상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대미 무역 흑자 15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 GDP 3% 이상, 8개월간 달러 순매수금액 GDP 2% 이상 중 2가지 충족 시 관찰 대상국에 포함된다.
기아의 경우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여기에서 생산된 차량은 북미 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보고서에선 “USMCA 재협상 시 현대·기아차는 EBITDA 2%가 감소할 것”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 시엔 보편관세 수준으로 관세를 적용하게 되면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고율 관세와 중국의 멕시코를 통한 우회 수출 방지책은 한국에게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보고서에선 “중국 고율 관세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해 한국에게는 반사 이익이 기대된다”며, “또한 미국 빅3 자동차사 모두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여서 이들의 최대 피해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현대차그룹, 미국통 성 김 무뇨스 앞세워…조지아 신공장 설립·GM과 협력도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관료 출신의 미국통을 대거 영입하는 등 대응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사장단 인사에서 성 김 고문역을 현대차 대관·홍보 총괄 사장으로 선임했다. 성 김 신임 사장은 내년 1월1일부터 그룹의 글로벌 대외협력과 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과 연구 등을 총괄할 예정이다.
성 김 신임 사장은 미국에서 부시 행정부를 시작으로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던 인물이다. 성 김은 미 국무부에서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맡았던 최고위급 외교관 출신이다. 지난 2018년 당시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미국 측 실무회담 대표단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는 미국 국무부 은퇴 후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해 그룹의 글로벌 통상 전략과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통’인 외국인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 점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뇨스 사장은 사드 사태 당시 중국 내 입지가 감소했을 때 북미 시장을 담당해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며 효자 역할을 했다. 무뇨스 사장이 합류하기 전인 지난 2018년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67만여대였는데, 5년 후인 지난해에는 28.4% 늘어난 87만여대까지 늘었다.
또한 로버트 후드 전 법제처 차관보를 미국법인 대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생산 전략도 미국 내 생산 거점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등 생산 거점을 미국 중심으로 옮기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은 연산 36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 연산 34만대, 현대차·기아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연산 30만대 등 합산 생산능력은 약 100만대에 달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한 165만대의 60% 물량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게 돼 관세를 피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도 축소하려고 할 수도 있다. 당초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는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달라진 상황을 고려해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다른 파워트레인 차종도 생산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무뇨스 사장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하이브리드 혼류 생산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차량 개발과 공급망 등에서 GM과 포괄적 협력에 나서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 주의 정책 혜택을 일부 누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메리바라 GM 회장은 지난 9월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를 통해 공동 개발, 생산 협력, 차량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 원자재와 소재 공동 조달 등에서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픽업트럭 공동 개발’이 양사의 첫 협력 성과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