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산업 없이 폐광, 지역 경제에 막대한 후유증…사실상 지역소멸
연간 120만t 생산…산화 텅스텐 공장 2027년 이후 건립, 50% 내수
주민 "지역사회와 동반 상생 노력 필요"…정부의 과감한 투자 절실
(영월=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푸른 보석' 텅스텐이 강원 영월 상동읍의 옛 영광을 다시 재현할지 주목된다.
대한중석 상동광업소를 인수한 알몬티대한중석은 30년 전 폐광한 상동광산을 다시 열어 2025년 말부터 생산라인을 재가동한다.
현재 영월 상동읍 구래리 옛 상동광업소가 자리했던 곳에서는 품위 0.44%의 원석을 가공해 품위 65%의 텅스텐을 얻기 위한 선광공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토목건축 부문 공정률은 55%다. 내년 6월 완공을 거쳐 같은 해 연말 정상 가동을 목표로 한다.
텅스텐으로 한때 서울 명동만큼이나 번성했지만 1994년 완전 폐광 이후 30년간 몰락의 길을 걷다가 지방소멸이라는 벼랑 끝까지 내몰린 영월 상동읍이 상동광산 재개광을 계기로 제2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 개발의 영광과 폐광의 아픔 상동광산…대체산업 없어 쇠락
영월 상동읍은 과거 중석 수출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던 대표적 광산지역이다.
1916년 문을 연 상동광업소는 1985년까지 무려 69년 동안 연간 2천700t의 중석을 생산해 일본 등지에 팔아 연간 1천89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한창때는 '중석불'(重石弗)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중석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라는 뜻이다.
국내 수출의 중심축 역할은 물론 '돈이 넘치는 영월 상동시대'를 견인한 셈이다.
1964년(당시 국민 1인당 수출액 4달러) 대한민국 1억달러 수출 달성도 상동광업소가 절대적으로 이바지했다.
과거 상동읍의 중심가였던 교촌시장은 서울 명동 다음으로 번화했던 거리로 '제2명동'으로 불렸다.
그러나 1986년부터 중국산 중석이 덤핑으로 국제시장을 공략하면서 상동광업소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중국산 중석과의 가격 경쟁력과 제련 기술 부족으로 밀려난 상동광업소는 개광 76년 만인 1992년 채광을 중단, 사실상 폐광하고 말았다.
이후 재가동 등을 거듭하다 1994년 대한중석 상동광업소가 완전히 문을 닫으면서 상동읍도 급격히 쇠퇴했다.
단일 중석 광업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상동광업소의 갑작스러운 폐광이 지역경제에 미친 후유증은 심각했다.
1972년 2만3천462명에 이르던 인구는 1995년 말 2천207명, 1998년 말 2천22명, 2008년 말 1천324명 등으로 빠르게 줄었다.
현재 인구는 1천7명이다. 1천명대 붕괴를 코앞에 두고 있다.
52년 전 1972년 전성기 인구와 비교하면 사실상 지방소멸이나 다름없다.
개발 부흥과 폐광으로 인한 몰락까지 지역경제 부침의 역사는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상동읍의 급격한 쇠락은 영월군 인수 감소와 궤를 같이한다. 상동읍이 번성했던 1967년 12만4천717명으로 정점을 찍은 영월 인구는 폐광과 함께 쇠락해 현재는 3만6천899명으로 내려앉았다.
◇ 텅스텐 하나로 흥망성쇠, 혹독한 후유증만 남아…재개광 기대와 우려
상동읍은 대체산업 없이 폐광했을 때 지역 경제에 어떤 후유증을 남겼는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암울했던 이곳에 2012년 재개발 움직임이 일었다. 하지만 10여년째 현실화하지 못하다가 최근 다시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중국의 텅스텐 생산 제한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수입 규제 문제를 겪으면서 전 세계가 영월 텅스텐에 주목한 것이다.
세계 공급량의 80∼90%를 중국산에 의존하다 보니 텅스텐 공급망의 다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잠재적 텅스텐 생산량이 약 10억t에 달하고 경제적 가치는 약 6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상동광산은 폐광 이후 30년 만에 재조명됐다.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품위 0.44%의 텅스텐 추정 매량장은 5천280만t에 달한다. 이는 매년 100만t씩만 캐도 5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알몬티대한중석은 내년 6월 선광공장 완공 후 같은 해 연말부터 연간 64만t의 을 생산한 데 이어 2027년부터는 제2 생산라인을 추가 가동해 연간 120만t으로 증산할 계획이다.
정부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나섰다.
지난 11월 정부는 상동광산 인근의 산솔면(옛 중동면)을 제2차 기회발전특구로 지정, 핵심 소재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품위 65%의 텅스텐을 품위 99.99%의 고순도 텅스텐으로 가공하는 산화 텅스텐 공장을 2027년 이후 이곳에 건립할 예정이다. 앵커기업 역시 알몬티대한중석이다. 투자 규모는 1천100억원이고 150여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상동광산에서 생산하는 120만t의 50%인 60만t이 국내 산화 텅스텐 공장을 거쳐 내수용으로 쓰여 텅스텐 수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텅스텐으로 흥망성쇠를 겪은 상동읍을 재건할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김경수(57) 상동읍 현안대책위원장은 "핵심 전략물자가 전량 수출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아닌지, 외국 기업이다 보니 지역사회에 기여도가 적은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할 때"라며 재개광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나타냈다.
이어 "국내 내수를 위해 산화 텅스텐 공장을 건립한다는 데 언제 가동할지도 미지수고 그로 인한 폐수·폐기물 발생 등 환경문제에 대한 대책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텅스텐은 희토류와 더불어 공급 제한 등의 위험도가 가장 높은 미래 전략자원이다. 녹는 점과 밀도, 강도가 높아 항공기와 우주선의 엔진 부품, 반도체, 절삭 공구, 방산 등 널리 사용된다.
최근에는 텅스텐을 사용해 인공태양으로도 알려진 핵융합 고성능 플라스마의 성능을 끌어올려 주목받는다. 푸른 보석이라는 별칭은 그 때문이다.
정부 역시 텅스텐을 2018년부터 5대 핵심 광물자원으로 분류해 특별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자원 확보 노력만큼이나 국내에 매장량이 풍부한 텅스텐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