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도전 가능성 시사…"'시장 임기와 나라 위한 쓰임' 책임감 속 고심"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윤보람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탄핵 정국에서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 시장의 책임감과 나라를 위해 능력을 써달라는 요구 사이에서 고심이 크다면서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 알 수 없지만, 만약의 경우 차기 대권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정치적 입장을 고민하며 가다듬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차기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반반' 정도로 원론적 입장을 밝혀온 오 시장이 고민을 내비치면서 향후 정치적 방향을 비중 있게 제시한 것은 진전된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정을 전제로 만약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출마할 결심이 섰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오 시장은 "마음이 매우 무겁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두 개의 책임감 사이에서 고심 중"이라며 "첫 번째 책임감은 시장으로서 책임감이다. 2011년 중도사퇴 경험이 있는 시장으로서 이번만큼은 정말 임기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물러났던 그는 2021년 보궐선거 당선으로 10년 만에 돌아왔다. 임기는 2026년 6월까지다.
그러면서도 오 시장은 "다른 한편으로 능력을 이제는 보다 큰 단위에서 나라를 위해 써달라는 요구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며 "이 두 개의 큰 책임감이 충돌하고 있다.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여권 중진으로서 최다선(4선) 서울시장직 지속과 조기 대선시 당내 유력 주자라는 두 입장 사이에 고심이 깊다는 뜻이다.
그는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 오겠지만, 아직은 말씀드릴 시기가 아니다"며 유동적인 정치 상황 속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번 입장 표명은 대선과 관련해 극도로 언급을 자제한 과거 모습에 비춰보면 상당히 진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이 쇄신을 통한 재건을 모색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은 상황에서 유력한 잠룡으로 평가받는 오 시장에 대한 '등판' 요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 시장은 또 계엄 사태와 되풀이되는 탄핵 정국의 근본적 해법을 제시했다. 정치 시스템 개편이 시대적 과제가 됐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헌 방향으로는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대신 의회해산 권한을 주고, 이에 상응해 국회에는 내각 불신임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극단적 정치갈등 해소를 위해 '협치가 불가피한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중앙정부 권한을 최소화하고 대부분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지방 발전 혁신안도 제시했다.
'따뜻한 보수'를 주창하며 보수의 지평을 넓혀온 오 시장은 여당 소속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과 관련해 "당이 사과해야 한다"며 책임 있는 자세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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