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우리나라 30대 결혼이 대세다?

연합뉴스 2024-12-26 08:00:04

갈수록 줄어드는 혼인…30대 절반이 미혼

결혼한다면…남녀 평균 초혼 연령 34세·32.5세

남녀 결혼시 '경제적 여건' 비중있게 고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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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최근 미혼 남녀가 늘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20대에 결혼한 직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남녀의 초혼 연령이 30대 초반으로 높아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기사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우리 회사도 대부분 30대에 결혼하더라", "20대 때 돈 벌어서 결혼하기는 불가능하다", "40대도 미혼자가 많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과연 우리나라는 30대 결혼이 대세일까?

정부 통계와 결혼정보업체 자료 등을 종합하면 30대 남녀 절반이 미혼이고 초혼 평균 연령이 남녀 모두 30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혼자 사는 미혼 청년이 급증하고 있으며 결혼하는 경우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30대가 주류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 갈수록 줄어드는 혼인…30대 절반이 미혼

우선 갈수록 낮아지는 우리나라의 혼인율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1990년 9.3건이며 1996년에 9.4건까지 기록했지만 1997년 8.4건, 1998년 8.0건으로 떨어진 뒤 2000년 7.0건, 2014건 6.0건, 2018년 5.0건, 2019년 4.7건, 2020년 4.2건, 2021년 3.8건, 2022년 3.7건, 2023년 3.8건으로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혼인 건수는 1970년 29만5천137건, 1977년 30만3천156건, 1979년 35만3천824건, 1980년 40만3천31건, 1992년 41만9천774건, 1996년 43만4천911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02년 30만4천877건, 2016년 28만1천635건, 2017년 26만4천555건, 2018년 25만7천622건, 2019년 23만9천159건, 2020년 21만3천502건 기록한 뒤 2021년 19만2천507건으로 20만건이 무너졌다. 2022년과 2023년은 각각 19만1천690건과 19만3천657건으로 19만명대를 기록했다.

'나 혼자 산다'가 대세, 익숙한 혼밥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확대 공표 주요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30대의 미혼율은 51.3%였다. 이는 혼인율과 출산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임에도 절반이 미혼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18세 이상 내국인 4천294만1천명 중 미혼 인구는 1천267만5천명(29.5%), 배우자가 있는 '유배우' 인구는 2천432만1천명(56.6%), 사별·이혼 인구는 594만5천명(13.8%)이었다.

이 가운데 30대 미혼율은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62.8%로 가장 높았고 세종이 34.4%로 가장 낮았다.

통계청의 '우리나라 청년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분석 결과를 보면 30대 초·중반 청년세대의 미혼율은 20년 전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 미혼율이 가장 급격하게 증가한 연령대는 30∼34세였다. 2020년 미혼율이 56.3%로 20년 전(18.7%)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에 실린 '한국의 출생성비 불균형과 결혼 성비' 보고서를 보면 2021년을 기준으로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19.6%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성비의 불균형은 남녀 간 미혼율의 차이로도 나타났다. 2020년 시점에서 1985년생(당시 35세)의 미혼율은 남성이 46.5%로 29.1%인 여성보다 훨씬 높았다.

30대의 미혼율이 증가하는 이유로 '경제적 이유'가 가장 많이 꼽힌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집값 폭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결혼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혼자가 편해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한다는 사람도 느는 추세다.

한화손해보험 라이프플러스 팸테크연구소가 여론조사 전문 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수도권 거주 25~39세 미혼 싱글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결혼 의향을 묻자 남성 79%, 여성 63%가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결혼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에게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를 묻자 남성은 '경제적 여유 부족(53.6%)'. 여성은 '결혼 필요성을 못 느낌(66.9%)'이 가장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54.2%는 현재 '연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는데 연애를 안 하는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41.2%)'라고 답한 이들이 많았다.

◇ 남녀 평균 초혼 연령 34세·32.5세…30대 대세

이렇게 30대의 미혼율이 높아지고 결혼하는 시기마저 늦춰지면서 지난해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은 각각 33.97세와 32.45세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고 30대가 대세가 됐다.

초혼 평균 연령은 해당 연도에 처음으로 결혼한 남녀의 나이를 모두 더한 뒤 그 수를 초혼한 사람의 수로 나눠 계산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은 1990년에 남편이 27.79세, 아내가 24.78세였다. 이후 1990년대에는 초혼 연령이 남녀 모두 20대였다.

1991년에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 27.91세, 여성 24.84세였으며 1992년에는 남성 28.01세, 여성 24.93세로 남성이 28세에 도달했다. 외환 위기 시절이던 1998년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 28.83세, 여성이 26.02세로 여성의 초혼 연령이 평균 26세로 올라섰고, 1999년에는 남성이 29.07세, 여성이 26.29세로 남성이 29세를 평균적으로 넘게 됐다.

결혼식(CG)

2003년에 남성 30.14세, 여성 27.27세로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30세 시대를 맞았다.

통계치로 보면 2007년이 주목할만하다. 남성이 31.38세, 여성이 28.32세로 남녀의 평균 초혼 연령이 각각 31세와 28세를 넘었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남성 32.13세, 여성 29.41세로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32세를 돌파했다.

2016년에는 남성 32.79세, 여성 30.11세를 기록하면서 남녀 모두 초혼 평균 연령이 30세를 넘었다.

2018년에는 남성 33.15세, 여성 30.40세로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33세에 이르렀고, 2021년에는 남성 33.35세, 여성 31.08세로 여성의 초혼 연령이 31세에 도달했다. 지난해의 경우 남녀의 평균 초혼 연령이 33.97세와 31.45세를 기록해 23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6.1세와 6.7세가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시도별 평균 초혼 연령은 서울이 남성 34.38세, 여성이 32.42세로 가장 높았다. 남성의 경우 서울에 이어 제주(34.33세), 부산(34.31세), 전북(34.06)도 34세를 넘었다. 여성의 경우 서울에 이어 부산(31.95세), 세종(31.76세), 제주(31.72세), 경기(31.59세), 인천(31.57세) 순이었다.

여성가족부의 '2024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건수는 2015년(23만8천건)보다 37.2% 감소한 14만9천건이었다.

2021년 통계를 보면 30대 여성의 초혼 건수가 20대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1990년대에는 20대 여성의 초혼 건수가 30대의 18배에 달했으나 30여년이 지나면서 역전됐다. 남성의 경우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30대 초혼 건수가 20대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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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2023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부부의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7.2세, 여성 29.5세였다.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6%로 1.5%포인트(p) 상승했다.

다문화 혼인 유형은 아내가 외국인인 경우가 69.8%에 달했다. 다음은 외국인 남편(17.9%), 귀화자(12.3%) 순이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집계 연도가 각각 다르지만 평균 초혼 연령은 미국 28.2세, 캐나다 30.3세, 칠레 34세, 브라질 31.5세, 멕시코 27.5세, 중국 28.7세, 인도 24.1세, 일본 30.4세, 대만 30.9세, 태국 22.7세, 베트남 24.5세, 프랑스 31.9세, 독일 32.2세, 이탈리아 32.8세, 영국 31.6세, 스웨덴 34.8세, 스페인 33.4세, 호주 30.8세 등 선진국일수록 초혼 연령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 남녀 결혼시 많이 고려하는 조건은 '경제적 여건'

정부 기관이나 결혼정보회사 등의 조사를 통해서도 남녀 결혼 시 '경제적 여건'이 중요하게 고려됨을 알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갖출 수 있는 연봉은 30대 정도는 돼야 가능함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5~39세 미혼남녀의 결혼 인식을 조사해 발표한 '2023년 이상적 배우자상'에 따르면 이상적인 남편상은 ▲신장 178.7㎝ ▲연 소득 6천67만원 ▲자산 3억3천491만원 ▲2세 연상 ▲4년제 대졸 ▲일반 사무직 남성이었다. 이상적인 아내상은 ▲신장 164.2㎝ ▲연 소득 4천377만원 ▲자산 2억1692만원 ▲2.3세 연하 ▲4년제 대졸 ▲일반 사무직 여성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결혼한 경우도 대체로 유사한 성향을 보였다.

지난 6월 듀오가 최근 2년간 자사를 통해 결혼한 회원 3774명의 표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혼인통계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결혼에 성공한 남녀 표준모델'은 남성이 ▲36.9세 ▲연 소득 7천만원 ▲4년제 대졸 ▲신장 176cm ▲일반 사무직 종사자였다. 여성은 ▲33.9세 ▲연 소득 4,500만원 ▲4년제 대졸 ▲신장 162.9cm ▲일반 사무직 종사자였다.

이처럼 듀오에서 만난 초혼 부부는 남편이 연상인 경우가 86%였고 평균 나이 차이는 2.9세였다. 남성의 연 소득이 여성보다 높은 경우가 81.3%였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성 역할 가치관과 결혼 및 자녀에 대한 태도' 보고서는 '2021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 자료를 활용해 남녀의 결혼에 대한 태도를 살펴봤는데 남성은 주로 본인의 경제력을 결혼에서 중요한 조건으로 마음에 두지만, 여성은 본인보다는 배우자의 경제적 여건을 결혼 결정의 중요한 사항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행복한 결혼을 꿈꾸며

결혼할 때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으로 남성은 '부부간의 사랑과 신뢰'(92.4%) 다음으로 '본인의 경제적 여건'(84.1%), '본인의 일과 직장'(83.6%), '안정된 주거 마련'(82.3%), 여성은 '부부간의 사랑과 신뢰'(94.9%), '안정된 주거 마련'(86.5%), '배우자의 일과 직장'(86.1%), '배우자의 경제적 여건'(86.1%) 순이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저출산·인구 고령화의 원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외환 위기 이후 급증한 고용 불안정이 소득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그 결과 젊은 남녀의 결혼 시장 참여를 제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고용 불안정성이 결혼 건수를 감소시키고 초혼 연령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주택 마련 비용의 상승은 남성의 결혼 시장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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