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중에는 초보 감독 선임 안된다니까 [단상들]

스포츠한국 2024-12-26 06:00:00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24 K리그는 시즌중 초보 감독 부임과 경력직 감독의 부임이 어떤 효과를 낳는지 극명히 드러난 시즌이다.

2024시즌은 시즌중 기존 감독이 사임하고 새감독이 들어온 사례가 꽤 있었다.

당장 우승팀 울산 HD도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기 위해 떠나고 김판곤 감독이 부임했다. 대전 하나시티즌도 이민성 감독이 사임하고 황선홍 감독이 부임했고 전북 현대는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나가고 김두현 감독이 들어왔다. 대구FC도 최원권 감독이 사임하고 박창현 감독이, 인천 유나이티드도 조성환 감독이 나가고 최영근 감독이 부임했다.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연맹

일단 K리그1만 봐도 경력직과 초보 감독의 차이가 극명했다. 울산 김판곤 감독은 홍콩,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을 했던 노련한 경력직이었고 K리그에서도 부산 아이파크 감독대행을 한적도 있었다. 그러니 큰 혼란이 왔던 울산을 이끌고 무난히 3연속 우승을 달성시켰다.

대전 역시 이민성 감독이 나갔지만 감독으로써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아시안게임 대표팀 등 잔뼈가 굵은 황선홍 감독이 팀을 빠르게 수습했다. 황선홍 부임전 대전은 경기당 승점이 0.9점에 지나지 않았지만 황 감독 부임 후 경기당 승점이 1.5점으로 확연히 올라 강등권에서 탈출하며 조기 잔류를 확정했다.

반면 강등권에 머문 전북-대구-인천은 이해못할 선택으로 스스로의 위기를 자초했다. 단 감독을 보낸 전북은 프로 감독 경력이 전혀 없는 김두현 감독을 택했다. 리더십 부재 속에 스포츠한국이 단독보도한 주장 김진수의 음주 문제로 인해 주장직 박탈, 선수단 분열 등 많은 문제를 겪으며 전북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 간신히 잔류했다.

대구 역시 2010년 잠시 포항 감독대행을 해본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커리어를 대학감독으로 보냈던 박창현 감독을 임명했다. 박 감독의 대구는 최원권 감독 시절의 팀과 큰 차이 없이 시즌내내 강등권에 맴돌다 세징야의 원맨쇼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겨우 잔류할 수 있었다.

인천은 조성환 감독이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조 감독 사단으로 오래 함께하며 수석코치로 있었던 최영근 감독을 앉혔다. 축구계에서 ‘전술가’로 유명했던 최영근 감독이지만 프로 감독이 처음이다보니 좋은 코치에서 좋은 감독이 되는 성장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인천이 그런 상황을 기다려줄 여유가 있는 팀이 아니었다는 점이었고 결국 인천은 반전없이 2부 강등을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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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팀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성남FC, 경남FC, 안산 그리너스를 제외하고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 삼성의 상황도 경력직 감독과 초보 감독의 차이가 드러났다.

염기훈 감독을 5월에 경질한 수원에 U-17 대표팀 감독 경력이 전부이자 프로 감독 경력은 없는 변성환 감독이 부임했다. 변 감독의 수원은 패배는 적었지만(3패) 너무 많은 무승부(10무)로 인해 끝내 부산 아이파크에 추월당하며 플레이오프조차 가지 못한 6위에 그쳤다.

반면 부산은 조성환 감독이 부임하기 전만해도 경기당 승점이 1.3점에 그쳐 플레이오프 진출도 힘들어보였으나 이미 제주, 인천 등에서 감독 경험이 풍부한 조성환 감독이 부임하고 경기당 2.3점으로 무려 승점 1점이나 더 벌면서 끝내 수원을 제치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결국 너무 늦게 감독이 선임된 성남, 안산 정도를 제외하곤 2024 K리그는 1,2부 모두 기존에 경력이 있던 감독들이 시즌 중에 선임된 경우 목표했던 성과를 모두 달성(울산 우승, 대전 잔류, 부산 PO 진출)해낸데 반해 시즌 중 프로가 처음인 감독을 선임한 경우 모두 목표 달성 실패(전북-대구 승강PO, 인천 강등, 수원 PO 실패)라는 매우 극명한 성과로 점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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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두에게 처음은 있다. K리그 최고 감독으로 인정받는 이정효, 김기동 감독도 코치를 하다 감독이 됐다. 하지만 모든 감독들이 코치를 하다 감독을 해도 이정효-김기동처럼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시즌중 감독이 선임된다는건 대부분 팀이 위기에 놓였다는 것인데 초보 감독을 선임하면 자신 역시 감독으로 적응기를 겪으면서 팀 위기도 수습해야하는 이중고가 있다.

반면 경력직 감독의 경우 이미 이런 상황을 수없이 겪어봤고 팀 분위기를 다잡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있기에 위기 수습에 더 이점이 있을 수 있다.

2024시즌 분명 감독 선임을 하는 단장이하 프런트들에게 분명한 교훈을 주는 시즌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