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세진 기자] 올해 물류(택배)·배달업계는 쿠팡이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택배업계 절대강자였던 CJ대한통운은 쿠팡의 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쿠팡의 배달앱 쿠팡이츠는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한 무료배달 서비스에 힘입어 배달업계 2위 자리에 안착했다. 그러나 이는 업계간 출혈경쟁으로 번졌다. 결국 업체들은 무료배달로 인한 손실을 막고자 입점업체 수수료를 인상했고 이는 플랫폼과 입점업체들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주7일‧일요일 배송 등 경쟁 치열
내년에는 택배사들의 배송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이 본격적으로 주 7일 배송을 도입한다.
국내 택배사들은 주 6일 배송 체제를 운영했다. 하지만 쿠팡이 ‘로켓배송’을 통해 국내 물류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르게 되자, CJ대한통운은 지난 9월 내년부터 주 7일 배송과 택배기사 주 5일 근무제로의 본격 시행을 발표했다.
한진도 지난 11월부터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와의 협업으로 일요일에도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요배송’을 진행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토요일 22시 이전에 주문 마감된 건에 대해 익일인 일요일에 배송을 보장한다.
현재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주요도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지난 9일 B2B(기업 대 기업) 고객사를 대상으로 ‘롯데택배 약속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시간대별로 맞춤형 배송 옵션을 제공한다. 총 4가지 시간대로 24시간 운영된다.
롯데로지스틱스는 현재 서울 전 지역에서 해당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이후 수도권 지역까지 약속배송을 확장할 방침이다.
사진=한진 제공◇내수시장 포화에 해외 사업 확장
택배사들은 해외 거점 물류센터 확보,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냈다. CBE(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가 늘면서 이에 대응하고, 성장세가 멈춘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을 공략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CJ대한통운은 11년 전 17개국 35곳에서 운영하던 글로벌 거점을 현재는 34개국 276개 도시 443곳으로 확대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북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미국 뉴저지와 시카고에 대규모 첨단 물류센터 3개를 구축한다. 2027년까지 시카고 인터모덜(복합운송) 터미널 2개소, 뉴욕항 배후 첨단물류센터 1개소 등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또 조지아주 게인스빌에 콜드체인 기능을 갖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성장세가 높은 콜드체인 시장 대응에도 나선다.
한진은 인천공항 내 복합물류센터(GDC)를 비롯해 전 세계 22개국에 42개 거점을 통해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 중이다.
최근에는 K-뷰티, 패션 등 한류열풍에 힘입어 싱가포르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9월에는 중국 선전에 있는 물류기업 에이왓글로벌코퍼레이션(AWOT)과 이커머스 전문 합자 법인 한진 글로벌 익스프레스 선전을 발족했다.
양사는 중국 내 특송 물량 유치, 풀필먼트 사업을 전개하고 국가별 이커머스 사업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한진은 향후 동남아와 미주 지역까지 해당 서비스를 확장할 방침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미국, 중국 등을 포함해 해외 11개국에서 10개 법인 및 11개 지사를 운영 중이다. 지난 5월에는 글로벌 물류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연합뉴스◇무료배달 출혈경쟁…이중가격제‧수수료 논란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배달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했다.
본격적인 갈등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 8월부터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에서 쿠팡이츠와 같은 9.8%로 변경해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입점업체들은 배달 플랫폼간 무료 배달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로 인한 손실을 본인들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입점업체들은 ‘이중가격제’로 대응했다. 배달 주문의 경우 기존 음식 가격보다 높게 책정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시내 분식집·패스트푸드 등 34개 음식점을 표본 조사한 결과 60%가 매장 판매가와 배달 앱 가격을 달리 책정하고 있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업체가 모인 '배달앱상생협의체'가 7월말 출범했다. 총 12차례 회의를 통해 지난 11월 말 협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대형 프랜차이즈업체 가맹점들이 무단 퇴장하면서 결국 반쪽짜리 상생안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상생협의체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를 현행 9.8%에서 거래액 기준으로 2.0∼7.8%로 낮추는 차등수수료 방식을 도입하는 상생안을 발표했다. 배달비는 총 4개 구간으로 나눠 1900∼3400원을 적용하기로 했다. 요기요의 경우 최대 4.7%, 포장 최대 2.7% 인하 및 거래액 하위 40% 대상 중개수수료의 20%p를 지급한다.
◇순위 변동과 빈번한 대표 교체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서비스에 힘입어 배달앱 2위 자리를 꿰찼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3월 월 사용자 수(MAU) 625만8426명을 기록하며 요기요(570만9473명)를 앞질렀다.
지난달에도 이같은 추세는 이어져 배달의민족의 MAU는 2165만9515명, 쿠팡이츠 879만287명, 요기요 488만2925명으로 순위가 안착되는 모습이다.
2011년 창립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요기요는 이용자 수 감소와 적자가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 8월 회사 설립 이후 처음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다행히 이후 10월부터 현재까지 3개월 연속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수장 교체도 자주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선임된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 이정환 대표는 2개월 만인 올해 1월 자리에서 물러났고 뒤를 이어 10월 전준희 대표 역시 취임 9개월 만에 사임했다.
우아한형제들 이국환 대표 역시 7월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 지난해 3월 대표에 선임된 지 1년3개월여 만이다. 이 대표 재임 시절 배민은 정률제 수수료 기반 '배민1플러스' 도입, 자영업자 대상 '배민1 대필 사건' 등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 대표 사임과 동시에 사내이사인 피터얀 반데피트가 임시 대표로 선임된 상태다.